물론 가계대출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고, 비싼 값에 집이나 자산을 사려던 사람들이 이를 포기하게 됩니다. 사려는 사람이 줄어드니 가격은 떨어지게 됩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이런 시도가 성공보다 실패로 귀결된 예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시장 상황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급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 금리는 채권 시장의 움직임이 반영됩니다
시장 금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있습니다. 부도 위험이 거의 없어 국채 금리는 지표처럼 쓰입니다. 우량한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도 채권의 한 종류입니다.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도 있습니다. 지방정부도 지방채를 발행합니다.
은행이나 카드·캐피탈사가 발행하는 금융채도 있습니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비슷한 성격으로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은채가 있고 캐피탈·카드사 등 여신전문업체가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가 있습니다.
이들 채권의 특징은 자신의 손님들에게 대출을 내어주기 위해 발행한다는 점입니다. 세수 외 쓸 돈이 필요해, 혹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국채나 회사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들 채권의 금리는 우리 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컨대 은행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이에 연계된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죠.
물론 은행채도 전체 채권 시장의 금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기준금리 향방과 채권시장계의 큰형님 격인 국채의 금리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채권의 가격은 또 채권을 사려는 기관이나 투자자들의 수요에 따라 변동이 됩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채권 금리는 왜 올라가게 됐을까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본래 주종목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얼마전까지 경기 침체를 우려했는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왜 커진 것일까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돈의 양’이 늘었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이 돈을 빌리기 쉽게 금리를 내려주고, 정부가 돈을 많이 푸는 확장재정정책을 하면 시장에 도는 돈의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받은 국민지원금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 정책의 결과물입니다. 이 돈을 쓰게 된다면 시장에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됩니다.
저금리로 은행 예금에서 나온 돈도 꽤 있습니다. 투자 시장으로 흘러가는 돈들입니다.
실제 현금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돈의 양은 2019년 이후 점진적으로 늘더니 2020년 이후 급속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그 안에 도는 돈의 양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유독 많았습니다.
이 기간 우리 경제 규모가 약간의 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장의 재화와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돈의 양만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의 수는 그대로인데 돈이 늘었다면, 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시장에 많은 돈을 풀기 위해서 정부는 더 많은 빚을 져야 합니다. 은행이 예수금에서 모자란 돈을 보충하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처럼 정부는 국채를 발행합니다. 다 빚입니다.
채권 시장 큰형님 격인 국채 발행양이 늘면 전체적으로 채권 시장이 받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망할 위험이 적은 국채를 선호하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다른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투자할 채권의 양 자체가 너무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국채를 소화해줄(사줄) 기관이나 투자자들은 한정돼 있는데 더 많은 국채가 나온다면, 국채의 가격은 떨어지게 됩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자산일 수록 가격이 높은 것처럼, 채권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채권일 수록 가격이 비쌉니다. 사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채권 발행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내야할 이자를 적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죠.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없는 채권인지라, 이것을 팔기 위해서 금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정크본드가 가격인 낮고 금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난다면 정부가 내야할 이자 규모도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없습니다. 빚도 늘고 이자도 늘어나니까요. 정부의 재정 부담이 악화일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은행채의 금리 상승은 이 같은 채권 시장 분위기 외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예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받는 신용대출은 대부분은 6개월·1년만기 은행채에 연동돼 있습니다. 이들 채권 금리는 단기채로 분류가 됩니다.
아무래도 만기가 짧다보니, 시장 금리의 단기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생각해 6개월 만기 채권은 금리가 1년에 2번 변동되는 것이고, 한달 짜리라면 1년에 12번 변동되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상이 유력시 되고, 내년 추가 인상안까지 나오면서, 단기채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입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 나올 채권을 사는 게 더유리해집니다. 같은 값이라면요. 그 이전에 나왔던 채권은 저금리 때 나온 채권인지라 받는 이자액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달리보면 기준금리 0.5% 때 발행됐던 채권, 0.75%일때 발행됐던 채권 순으로 인기(가격)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기준금리 1.0%일 때 발행될 채권, 기준금리 1.25%일때 발행될 채권을 찾는 수요가 더 높아지니까요.
이에 따라 기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금리가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기준금리의 향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덧붙여 첨언을 하자면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지금의 금리는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점은 앞으로 금리가 널뛰듯 변동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2019년만 해도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때였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 보니, 채권 시장 금리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의 양 자체가 너무 많아져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상흔이 돈의 양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환자에게 너무 많은 보양식을 먹여,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무섭게 대두할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산시장 거품 붕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자산시장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가까이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