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실상 ‘퇴진 압박’에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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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것이 FBI를 더 깊은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피하고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매우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처럼 밝혔다.
레이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때인 2017년 임명됐다. 그의 임기는 2027년까지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2년 넘게 남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임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레이 국장이 이끄는 FBI가 트럼프 당선인의 기밀자료 반출 혐의 건과 관련해 지난 2022년 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 대상이 됐다고 보고 있다.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 지난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하면서 이와 관련한 재판은 기각됐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레이 국장과 FBI에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 NBC의 ‘미트 더 프레스’에서 “그는 내 집에 침입했고, 나는 그가 한 일에 매우 불만스럽다”고 레이 국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레이 국장의 사임 결정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FBI의 ‘무기화’가 종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법치주의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시 파텔의 인준을 기대하며, FBI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임기가 남은 FBI 국장을 해임했다. 그는 취임 첫 해인 2017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한 제임스 코미 당시 국장을 당시 트위터(현 엑스) 메시지로 해임한 후 레이 현 국장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일부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차기 FBI 국장으로 지명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 인선이 부적절한 인사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파텔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복종을 미국 헌법을 포함한 다른 어떤 고려 사항들보다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