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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출구전략 고민하게 된 계기는 학생 충원난 탓이다. 자사고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기에 충원난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재정난으로 이어진다. 서울의 A자사고 교감은 “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비하기 위한 일반고 전환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19년 교육부가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한 뒤 자사고 경쟁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역단위 자사고 28곳의 경쟁률(사회통합전형 포함)은 2019학년도 1.06대 1에서 2020학년도 0.99대 1, 2021학년도 0.95대 1로 하락했다.
비교적 학생 수가 많은 서울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자사고 20곳의 경쟁률은 △1.1대 1 △1대 1 △0.93대 1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서울 자사고 20곳 중 무려 14곳이 미달을 기록했다. 사회통합전형을 제외한 일반전형만 놓고 보더라도 평균 경쟁률은 같은 기간 △1.31대 1 △1.19대 1 △1.09대 1로 간신히 미달을 면할 정도다.
올해 경쟁률 0.49대 1(일반전형 0.59대 1)을 기록한 숭문고는 지원자 감소에 고민하다 결국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기로 했다. 숭문고 관계자는 “종전까진 학급당 25명 이상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이를 20명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교무상교육 지원 대상서도 배제
자사고에 대한 학생 선호도가 하락하면서 입시 시장에선 ‘자사고 시대가 끝물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사고는 사실상 끝물”이라며 “일반고 전환정책이 여전히 유효하고 대입 블라인드평가 도입으로 자사고만의 차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무상교육도 불리한 여건이다. 고교무상교육은 고등학생의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지원비를 지원, 가계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학생 1인당 연간 160만원의 학비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자사고·특목고 학생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서울의 C자사고 관계자는 “자사고 학생들은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자사고 경쟁률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학년도 기준 광역단위 자사고의 연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790만원, 전국단위 자사고는 1250만원이다.
전국단위 자사고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국단위 자사고란 말 그대로 지역과 관계없이 전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 학교로 현대청운고·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북일고 등 전체 38곳의 자사고 중 10곳뿐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2021학년도 입학경쟁률은 1.48대 1로 전년(1.58대1)대비 하락했다.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도 출구전략을 고심하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천안의 북일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1976년 한화그룹 창업주 고 김종희 회장이 설립한 학교로 비교적 재정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올해 경쟁률이 미달하면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북일고는 전국단위에선 138명 모집에 158명이 지원, 경쟁률이 1.15대 1을 보였지만 광역(충남)단위 모집에선 경쟁률 0.53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북일고는 ‘과학기술 중점 일반고’로의 전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남학생들만 입학하는 학교라 이공계 선호도가 높은 만큼 이를 활용, 과학기술교육에 강점을 가진 학교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작년부터 박사급 전문가를 초빙, 한 학기에 1~2회 의학·로봇공학·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를 고려한 포석이다.
북일고 관계자는 “자사고 지위를 2025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점만 믿고 안주할 수 없어 일반고 전환을 염두에 둔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일반고 전환 시 ‘과학기술 중점 고교’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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