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채상우 기자]
서울 4년제 사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권지은(가명·25)씨는 중간고사 기간인 요즘 학교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서기 일쑤다. 지난 학기 시험기간 때는 아침 7시에 등교를 했는데도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 빈 강의실을 찾아다녀야 했다. 권씨는 “시험기간 1~2주 전부터는 오전 6시 전에 학교에 가지 않으면 도서관에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해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 시험기간마다 빈 강의실과 학교 앞 카페를 전전하는 대학생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데일리>가 14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2013 서울 4년제 대학 도서관 열람석 수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40개 대학의 도서관 좌석당 학생 수는 평균 3.9명에 달했다.
특히 재학생 5000명 이상의 종합대학 중 동덕여대(8.54명)가 가장 심각했다. 이어 광운대(5.67명)·국민대(5.5명)·한성대(5.45명)·숭실대(5.15명)도 좌석당 학생 수가 5명을 넘었다. 이들 대학에선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 좌석 하나를 놓고 학생 5명~8명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진다.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혜진(가명·22)씨는 “도서관 자리가 다 차면 학교에선 강의실을 개방하지만 이마저도 한 시간이면 자리가 꽉 찬다”고 말했다.
동덕여대의 2013학년도 연간 등록금은 739만원이다. 같은 해 사립대 평균(735만원)보다 비싸다. 쌓아 놓은 적립금도 많아 2012회계연도 기준 누적 적립금만 2474억원이다. 이화여대·홍익대·연세대 등에 이어 전국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대학 경영학과 3학년인 강현경(가명·25)씨는 “학교가 쌓아둔 적립금은 대체 어느 곳에 쓰이는 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현재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400억원을 들여 다목적 종합관을 짓고 있다”며 “신축 건물이 완공되는 2016년이면 학생들의 불편함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제 2차 대학도서관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대학도서관 평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도서관 평가는 대학별 △도서관 장서 수 △열람석 규모 △도서관 예산 비중에 주안점을 둘 전망이다. 평가지표는 올해 확정되며, 평가 결과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개될 계획이다.
| 서울 소재 대학 도서관의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학생 5000명 이상의 종합대학인 동덕여대·광운대·국민대·한성대·숭실대의 도서관 좌석당 학생 수가 5명 이상으로 집계됐다.(자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재학생 수는 2013년 대학정보공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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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도서관 열람석 수 현황.(자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단위: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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