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저가’ 꼬리표 떼고 서비스 차별화

좌석 간격 넓히고 기내 오락 서비스 확대
LCC업계에서 드문 라운지 운영까지
가성비·프리미엄 고객 모두 공략나서
  • 등록 2019-02-23 오전 8:01:00

    수정 2019-02-23 오전 8:01:00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항공기를 이용할 때면 자본주의의 잔인함을 느낀다. 좌석에 따라 받는 서비스의 격(格)이 달라서다.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더 나아가 퍼스트 클래스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다.

제주항공(089590)을 비롯해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에어부산(298690),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저가(低價)’ 꼬리표를 떼고 서비스 격을 높이고 나서서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 등 중거리 취항을 염두에 두고 항공기 좌석 간격을 늘리거나 기내엔터테인먼트, 라운지 등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는 LCC 비행기는 좁고, 불편하고, 서비스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행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풀서비스캐리어(FSC)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면서 고객층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제주항공은 오는 4분기에 좌우 간격을 넓힌 새로운 형태의 ‘뉴 클래스(New Class)’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기존 189석이었던 좌석을 174석으로 줄여 12석은 좌석간격을 현재 30~31인치에서 41인치로 늘린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기존 ‘3-3’ 형태로 배열했던 좌석을 ‘2-2’ 형태로 바꾸게 된다. 사실상 비즈니스 클래스 운영이다. 나머지 162석은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로 운영한다. 이는 우선 B737-800 항공기 3대부터 적용한다.

제주항공은 이 뉴 클래스 이용자에게 △사전 좌석 지정 △리프레시 포인트 추가 적립 △우선 수속과 탑승 △무료 수하물 추가 △기내식과 음료 제공 △스트리밍 방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제주항공 인천공항 라운지 이용 등의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LCC이지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과 프리미엄 고객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뉴 클래스 이용 고객은 추가비용이 들지만, 편한 여행을 원하는 LCC 이용객, 비슷한 가격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 FSC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객, FSC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자다.

에어부산 김해공항 라운지(사진=에어부산)
제주항공은 또 오는 5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라운지를 개장한다. LCC가 공항에 라운지를 운영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를 위해 다음 달 27일 개최할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 변경을 통해 ‘일반음식점’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앞서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에서 작년부터 LCC 최초로 라운지 운영을 시작했다.

LCC가 일본 등 단거리 운항을 넘어 동남아 등 중거리 노선 취항이 확대되면서 기내에서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 시청’ 서비스도 운영한다. LCC 항공기는 대부분 좌석에 개인용 모니터가 없으므로 승객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기내 와이파이(Wi-Fi)를 연결해 서버에 저장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LCC 기내엔터테인먼트 서비스(사진=각 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항공시장에서 운임만으로는 수익성 확대에 한계에 봉착해서다. 특히 매출의 90% 이상인 여객 사업은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하고 유가에 따라 수익 등락이 크다. 유료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부가수익 창출로 LCC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기존 LCC에 이어 신규 LCC에 도전하는 항공사도 서비스 차별화를 선언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87-9를 도입할 계획인데 최근 기내 와이파이를 무료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항공사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기내 와이파이를 10메가바이트(MB) 제공한다는 것. 회사 측은 사실상 카톡과 같은 앱을 이용하면 문자 메시지 이용은 무제한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42인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시장이 포화해 성장이 둔화하는 시점에 가격 경쟁이 아닌 차별화한 서비스 경쟁에 LCC가 속속 참여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늘어갈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시장에서 단거리는 이동의 개념으로 가격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했지만, 중거리나 장거리로 갈수록 여행의 개념으로 보다 편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가 있다”며 “중거리 노선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LCC 위주로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이미지(사진=에어프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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