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언제나 흥행을 몰고 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할리우드나 충무로에서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특히나 올 상반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충무로에서도 톱스타들이 원톱, 혹은 투톱으로 등장해 '만루 홈런'을 친 작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할리우드에선 '관객의 욕구를 다시 헤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충무로에선 '2저1다(2低1多)'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2저'란 저예산에 짧은 촬영 기간을 내세워 영화의 전체적인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고, '1다'란 대신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하는 걸 뜻한다.
◆할리우드-차라리 무명이 낫다
'몸개그'의 달인 잭 블랙이 등장하는 '이어 원(Year One)'이나 에디 머피 주연의 '이매진 댓(Imagine That),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가 뭉친 '펠햄 123' 등 대작들이 자국(自國)에서 줄줄이 쓴맛을 봤다. 상반기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 '업(Up)'도 목소리 연기를 톱스타들에게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LA타임스는 최근 "이번 여름은 할리우드 A급 스타들에게 최악의 시즌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마크 슈머거 회장 LA타임스에서 "영화에서 스타 시스템이 유효한 건 과거지사"라며 "제작사들이 모두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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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힘들면 나눠 먹자
충무로 역시 최근 들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중량급 스타들이 우르르 출연하는 일종의 '인해전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허진호·오기환 감독 등 충무로 기존 감독 5명과 배종옥·장혁·김수로·황정민·엄정화·김민선·김효진 등이 뭉쳐 탄생한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9일 개봉)를 비롯해, 박해일·박희순·신민아·이민기 등이 출연하는 '10억'(8월6일 개봉)과 윤여정·이미숙·고현정·최지우·김옥빈·김민희 등 여배우들이 출연한 '액트리스'(가제) 등이 줄줄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한다.
'오감도' 제작사인 데이지 엔터테인먼트의 윤선영 이사는 "5명 모두 인지도가 높은 감독들이지만 요즘같이 투자·제작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작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동의가 있었다"며 "배우들도 여럿이 등장하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부담이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몸값 줄이기가 '자선'의 의미는 아니다. 제작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10억'과 '액트리스'를 제작한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시나리오·캐스팅 등이 이뤄지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본격적인 촬영, 후반 작업까지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 기간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이러한 '떼거리 출연'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며 "예전엔 배우 한 명이 영화 한 편 찍는 데 1~2년씩 매달려야 했지만 최근엔 3~6개월 정도면 끝내는 형편이라 다작(多作)과 겹치기 출연이 어렵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당 개런티가 낮아져도 1년에 출연 편수가 많아지면 전체적으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액트리스'는 실제 촬영 기간이 3주였기 때문에, 고현정의 경우 드라마 촬영과 병행했다. 또 적은 개런티, 혹은 노 개런티라도 '러닝 개런티' 등 인센티브 조건을 붙였기 때문에 일종의 '윈윈(win-win)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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