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상습적으로 방해한 삼성전자가 결국 벌금 폭탄을 맞았다. 사전에 시나리오를 짜놓고 이대로 증거자료를 없애고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치밀하게 조사를 방해하고 내부적으론 해당 행위를 칭찬·독려하는 도덕적 해이마저 보였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 휴대폰 유통 관련 현장조사 과정에서 다수의 임직원이 가담한 중대한 조사방해 행위가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임원 2명에게 총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출입지연 ▲증거자료 파기 ▲담당자 잠적 ▲허위자료 제출 등 다수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적발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태료는 공정거래법상 최고 한도를 적용한 역대 최대 금액으로, 상습적인 법 위반 행위를 일삼는 기업에 철퇴를 놓겠다는 공정위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치밀한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성하는 기미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방해 행위에 가담한 직원들을 책임 추궁하기는 커녕 협조가 원활히 이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비상상황 대응 관련 보안대응 현황` 매뉴얼을 만들어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데 급급했다. 사전 연락없이 조사공무원이 방문했을 경우 정문에서부터 입차를 금지하고, 주요 파일을 영구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서버로 집중시키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휴대폰 공급가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142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사방해죄로 23억8000만원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리고 고객 유인과 관련해 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에서는 법을 위반한 사실없이 떳떳하다면서도 뒷켠에서는 철저히 정부의 조사를 방해하고 불리한 증거를 인멸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한 셈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법 위반행위의 적발을 어렵게 하는 조사방해 기업에 대해선 가능한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며 "상습 조사방해 업체는 중점 감시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