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의 기지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들이 1000㎞ 이상을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는 것이 합동참모본부의 발표 내용이다. 이번 미사일 도발이 지난달 12일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이어 불과 20여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짐작하게 된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독수리훈련에 대한 반발로 여겨지지만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의도로 분석된다.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방식이 전임 오바마 시절과는 전혀 차원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더욱 고조된 듯한 느낌이다.
|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6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 궤도장비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그렇다고 북한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다. 최근 김정남 암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여차하면 화학무기를 동원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현될 경우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해 핵개발 명분을 주게 될 것이며, 서로의 핵군비 움직임을 부추겨 한반도가 ‘핵무기 화약고’로 변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떠나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드 배치작업은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각에서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사이버 공격과 전자전 시스템 개발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선제 공격론’과 함께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제 발사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가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직접 당사국인 우리가 핵심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 우리의 국가적 운명이 자칫 주변 강대국들의 샅바싸움에 좌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등으로 급격히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자주역량 외교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탄핵 이후 다음 정부에 미룰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