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된 배달앱]②소비자엔 거리 할증료…항의 점주엔 '콜' 거부

'점주·소비자 부담 얼마나 늘었나' 따져보니
기본료 3000원이라지만, 실제론 4000원 이상 수두룩
거리 할증에 날씨 할증 붙으면 5000원 훌쩍
결정권은 대행업체에…손님 떨어질까 점주가 부담
  • 등록 2020-01-15 오전 6:30:00

    수정 2020-01-15 오전 7:32:32

배달앱 주문시 소비자·점주 추가 비용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배달대행서비스가 요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성장과 함께 배달대행이 관련 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은 2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5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 새 3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음식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음식 배달 앱이 활성화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2018년 거래액은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배달 앱 대중화와 음식 배달 시장 확대는 자연스레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 기업형 배달 대행서비스 업체가 있는가하면, ‘배민라이더스’, ‘요기요 플러스’ 등 배달 앱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배달 대행 서비스도 있다. 또 지역별로 소규모 배달 대행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 배달대행 종사자는 파트타이머를 포함해 2018년 25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수 된 배달 대행…배달료는 천정부지

음식 배달 시장은 소비자→배달 앱→음식점→배달대행→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띠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가 소비자로 이어지는 ‘라스트마일(최접점)’이다.

성인 1인당 월 평균 3.1회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시대가 오면서 점주 입장에선 배달이 필수가 됐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은 음식점의 경우 배달 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배달 대행 서비스가 필수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상황이 이러니 배달료 결정은 고스란히 배달 대행업체의 권한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5년 선보인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는 초기 기본 배달료가 300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서울 시내 주요 지역 배달료는 기본이 4300원이다. 여기에 거리 할증과 날씨 할증, 특수 요일 할증 등이 붙으면 5000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만약 점주가 무료 배송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배달료는 점주가 부담하고 할증 요금만 소비자가 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무료 배송을 위해 점주가 음식 가격을 매장가보다 올려 게시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 앱에서 직접 운영하는 배달 대행 서비스나 기업형 배달 대행업체는 그나마 양반이다. 지역 기반 배달 대행업체들은 예고에 없던 배달료나 할증 인상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 구미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권모 씨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날에는 기본료가 4000~5000원에 달한다”며 “업체끼리 담합해 할증요금을 같이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외식 시장에서 배달앱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배달앱과 배달기사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배달의민족 전담 기사들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행업체 잘못에도 속수무책

최근 요식업계에선 배달원의 일명 ‘음식 빼먹기’가 논란이다. 배달 대행업체의 직원들이 배달 도중 음식을 일부 집어먹거나, 탄산음료 등 서비스 품목을 아예 빼가는 경우다.

피해 의심 사례가 속출하면서 교촌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에선 포장에 봉인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사태 방지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접수된 배달음식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483건으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점주 입장에선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일차적으로 소비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배달 앱의 리뷰와 평점에 따라 식당 명운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행업체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행업체나 배달원들 사이에서 악의적으로 해당 식당의 콜을 거부하는 등 보복성 갑질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권씨는 “대행업체와 업주 사이가 틀어지는 등 대행업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콜을 안 잡는다”며 “대행업체끼리 대부분 친한 경우가 많고, 지방의 경우 업계가 좁아서 특히 (갑질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배달료 인상도 우려하고 있다.

김진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양사 인수합병(M&A) 관련 기자회견에서 “배달 앱 시장 독과점은 파트너사인 중소상인 자영업자에게 판촉비, 광고비,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배달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던 소비자들도 경쟁 시장 상실에 따른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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