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 가치가 큰 폭 약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엔·달러 환율이 급격치 추가 상승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3일 최근 엔·달러 환율이 2016년 초 이후 처음으로 120엔을 돌파한 점을 짚었다. 엔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위기마다 강세를 보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가 우려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긴축 기조를 고려하면 엔화 약세를 안전자산 선호 현상 약화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안전자산을 대변하는 통화 역할을 엔화가 하지 못하고 있음”며 “특히 2004년, 2015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초기 국면에서도 엔화는 약세를 보였음이 최근 현 상황과도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는 당분간 원화 약세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 수준보다 엔·달러 환율이 급격히 추가 상승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미국 금리인상- 엔화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 랠리가 있었던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와 같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전 사례를 고려할 때 ‘미국 금리인상-엔화 약세’와 더불어 ‘원화 강세’라는 퍼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원화 강세 전환은 결국 유가 하락 및 중국 리스크 완화 등 불확실성 해소에 달려있어 금융시장에 드리워져 있는 리스크 완화 여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