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2010년 4월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김가영씨(가명·44)는 그해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귀국, 자신과 아들 2명의 명의로 A보험사의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김씨는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사에 ‘영주권 취득’ 사실은 숨겼다. 이후 김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병원에서 두통과 생리통, 치아 통증 등을 이유로 16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고 656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김 씨처럼 해외 영주권자임에도 국내 해외여행보험에 가입, 마치 해외여행 때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가로챈 보험사기 혐의자 420명이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망에 걸렸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혐의자는 영주권 취득 국가에서 기관지염, 복통, 허리 통증 등을 이유로 모두 727건에 8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영주권 취득자는 원칙적으로 거주 국가의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들 혐의자는 대부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국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미국 보험료는 한국 보험료의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보험사기 10건 중 9건은 미국(93.9%)에서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보험에 가입하고자 보험사에 해외체류 여부를 알리지 않거나, 국내에 거주하는 것처럼 허위기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연루된 혐의자 중 40·50대가 절반(213명) 이상을 차지했고, 여성이 236명으로 남성보다 많았다.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해외거주 여부 및 과거 병력 등에 대한 고지사항을 보완하고, 여행 증빙자료를 받도록 하는 등 계약인수 심사를 강화토록 지도했다. 또 보험금 청구서에 ‘출국일자’ 기재란을 만들어 실제 여행 여부를 확인토록 했다.
김학문 금감원 보험조사국 팀장은 “이들 보험사기 혐의자를 수사 의뢰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유사사례가 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필요하면 기획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