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20만명이 넘는 아동이 70여년 간 프랑스 가톨릭 성직자들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원회는 교회의 무관심을 지탄했고 교황은 반성을 촉구했다.
| 장마크 소베 카톨릭 교회 성 학대 독립위원회 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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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가톨릭 교회 성 학대 독립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1950년 이래로 약 21만6000명의 어린이가 신부, 수녀 등 프랑스 카톨릭 성직자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평신도나 교회 교사가 저지른 성추행을 합하면 피해자는 33만명으로 늘어난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10~13세 사이의 소년이었다.
위원회는 교회가 수년 동안 “아동 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카톨릭의 대응은 제도로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며 “학대를 겪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기까지 한 무관심을 보여줬다”라고 비판했다. 장마크 소베 위원장은 “가톨릭 교회는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 성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고서 발표 이후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먼저 희생자들의 상처에 깊은 슬픔을 안고 간다”라면서 “프랑스 교회는 이 끔찍한 현실을 자각하고 구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릭 드 물랭 보포르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도 “교회가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다”라면서 용서를 구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베 위원장은 복종과 사제직의 신성함을 강요하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 성직자의 성적 학대를 허용하는 사각지대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교회가 일어난 일에 책임을 져야 하고 학대 관련 보고서가 사법 당국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미성년자와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의 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사제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권고 사항에 포함했다. 비록 공소시효가 끝난 건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게는 적절한 재정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프랑스는 2000년까지만 해도 성직자의 성추행 문제를 내부 문제로만 치부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왔다. 그러다 2015년에 들어서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도가 꾸준히 줄자 성적 학대 의혹으로부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18년 교회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를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