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37만원이면 탈 수 있다? 욕망을 부르는 수입차

다양한 계층, 다양한 목적을 위해.. 수요 급증
  • 등록 2008-07-30 오전 8:36:55

    수정 2008-07-30 오전 8:36:55

[노컷뉴스 제공] 요즘 길거리에서 수입차를 보기란 결코 어렵지가 않은 일이다.

올 상반기에만 3만 3500대의 수입차가 거리를 새롭게 매우면면서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도 6%까지로 높아졌다.

4월과 5월에는 6천대씩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들 수입차의 상당수 운전자는 실제 소유주가 아니다.

올 상반기 신규 등록한 수입차의 구매유형을 보면 37.6%만이 개인구매였을 뿐 나머지 62.4%는 법인구매였다.

법인구매는 순수하게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하거나 차를 구입한 뒤 다른 사람에게 대여나 임대해줄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길거리에 있는 수입차 10대 가운데 6대 정도는 개인이 아닌 특정 회사 소유의 차량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결국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내고 빌려 타는 사람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수입차를 빌려 타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수입차를 필요로 하는 걸까?

서울에서 오케스트라를 운영중인 이모씨는 수입차(아우디)를 1년 반째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던 음악학원외에 오케스트라를 창설하면서 각종 음악회 준비나 출강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고 활동 영역 역시 넓어지면서 수입차로 바꿨다.

그녀는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했지만 타고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 더 띄게 되고 그래서 다른 분들과 일하거나 모임을 할 때 특히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안정성에 가장 큰 우선을 뒀기 때문에 수입차를 선택한 경우라지만 대외적으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수입차를 모는 사람들도 있다.

업계에서는 병원장이나 변호사, 사업가, 무역회사 대표, 공연기획사·이벤트회사 사장 등을 수입차 임대사업의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상 사람들을 만날 때 수입차를 앞세우고 만나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이나 회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따라서 상대방으로부터 신뢰감이나 호감을 더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경우는 수십억 짜리 소송을 대리하면서 의뢰인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무역회사 사장의 경우는 바이어 접대를 위해서, 공연기획사나 이벤트 회사는 잠재적인 고객이나 파트너 기업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수입차를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카드회사나 백화점, 건설사, 골프 관련 업종 등에서 고객 관리 차원에서 수입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최우수 고객들에게 수입차 운전 기회를 미끼로 내거는 등 이른바 ‘부자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수입차 렌트 회사와 조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수입차 렌탈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식의 멤버십 렌탈 서비스가 새롭게 선보였다.

일정 금액을 내고 멤버로 가입하면 1년에 정해진 기간만큼 다양한 수입차를 골고루 타는 개념이다.

기존 렌트와의 차이는 멤버십 공유를 통해 여러 사람이 임대할 수 있다는 것과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섭렵할 수 있다는데 있다.

멤버십 렌탈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CJN 코리아 양규섭 대표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수입차를 몰아보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마련인데 다양한 수입차를 연중 편할 때 이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 끝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년에 30일 이용하는 이 회사 상품의 경우 연회비가 1천만원에서 2천만원이나 되서 일반인들이 ‘욕망’을 풀기에는 역시나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이 서비스의 주요 고객 역시 대한민국 국민 0.5~1%에 이른다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ople)들이다.

그나마 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 벤츠 S600 모델을 렌트할 때 24시간에 80만원의 비용을 내야하는 렌트회사 상품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게 양 대표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수입차 임대의 전형적인 상품으로 오토리스가 있다.

오토리스는 auto lease의 줄임말로 자동차를 리스회사가 대신 구입한 뒤 일정한 기간에 걸쳐 사용하게 하고 매월 정해진 리스료를 받고 임대해 주는 것을 말한다.

‘월 37만 1600원이면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식의 광고 문구가 바로 오토리스 광고다.

그러나 이 가격은 금융리스에 해당하며 차 값에 대한 이자 비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차량 출고 때 일정 금액을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대출을 받아 차를 먼저 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금액은 엄밀히 말해 이자 비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리금과 이자를 내다가 리스 기간이 끝날 때 남은 대출금을 다 내야 한다.

리스 기간이 끝났을 때 잔존가치, 즉 중고차 가격의 시세에 따라 고객이 보증금보다 중고차 시세가 높으면 보증금으로 차를 구입하고 낮으면 차를 금융회사에 반납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토리스는 자신의 명의를 숨김으로써 당국의 세원 추적을 따돌리려는 사람이나 자동차 관리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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