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nd SRE][기고]신산업의 등장과 신용평가

  • 등록 2021-11-18 오전 7:00:34

    수정 2021-11-18 오전 7:00:34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자본시장에서는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거래와 자금의 유출입이 발생한다. 자본시장 안에서의 이러한 자금흐름은 외견상 매우 가변적이고 혼란스러워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 불규칙한 가격의 움직임 속에서도 정보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성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정보흐름이 자금흐름을 선도하는 자본시장에서 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해 그 가치를 판단하는 작업은 존중받아야 하며, 동시에 그만큼 무거운 책임도 따르게 된다. 자본시장에서 정보제공자의 역할은 기업, 금융당국, 인프라기관, 신용평가사, 증권사, 언론사 등 다양한 주체가 담당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기업에 대한 분석을 업으로 삼는 신용평가사와 증권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는 미래의 실적과 성장가능성이라는 방향성에서 정보를 분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용평가사는 과거의 실적에 기반해 현재의 상환능력이 얼마나 양호한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실적이 양호하다면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전도유망해 앞날이 기대되지만 현재 모습이 적자상태라면 신용등급은 낮을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에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의 등장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규모 플랫폼을 구축해 비즈니스 접근방식을 혁신한 기업들이 좋은 예일 것이다. 시장은 새로운 기업들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기존의 평가모형이나 예측모형으로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가진 잠재적 수익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신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중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신용평가사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산업이 등장했으니 그에 걸맞는 새로운 평가모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지만 신용평가는 시장의 열광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으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이뤄진다.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사업위험, 산업위험, 그리고 재무위험에 대한 평가가 실시된 후 계열관계 및 채무특성에 대한 반영이 이뤄져 최종적인 신용등급의 부여가 결정된다. 새로운 유형의 기업 또는 산업이 출현했을 때 신용평가에서 사업위험과 산업위험에 대한 평가내용의 변경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지만 신용평가는 실현되지 않은 잠재적 수익성보다는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가장 중요한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기업 또는 신산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매출 및 이익창출 방식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부채상환능력에 대한 일관된 접근방식이 유지되는 것은 존중돼야 할 것이다.

신용평가는 정보반영의 효율성과 서로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간의 상대적 비교가능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특성을 신용평가의 모형으로 끌어들이면서 비교가능하고 시계열적으로 일관성 있는 등급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발전이나 시장환경의 변화는 상시적인 변수다. 신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사업위험과 산업위험을 계량화·표준화시켜 평가모형으로 흡수하는 기법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되, 상환능력을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해 시장참가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신용평가가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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