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호주의에도 자유무역 영토 확장…인구 5억 CPTPP 출범

美탈퇴에도 日·호주·캐나다 등 11개국 참여
USMCA·RCEP 이어 3번째로 큰 메가 FTA
전 세계 GDP 13%, 교역 15% 차지…역내 소비자 5억명
  • 등록 2018-12-30 오전 11:14:34

    수정 2018-12-30 오후 3:48:09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11개국 대표들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도 세계 자유무역 경제 영토가 영역을 확장했다. 또 하나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출범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한다.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결정했다.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교역의 15%를 차지한다. 시장 내 소비자만 5억명에 달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다자간 협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CNN 등에 따르면 CPTPP에 서명한 11개국은 상품 교역 관세를 즉각 철폐하거나, 최장 21년 동안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합의했다.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 6개국은 이날부터 바로 적용을 받는다. 베트남은 내년 1월 14일부터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릴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은 비준안이 국회 계류중이어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면 규정에 따라 60일 뒤에 개별 발효된다.

호주는 10개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관세 5%를 즉시 철폐키로 했다. 캐나다는 6.1%의 자동차 관세가 이날부터 5.5%로 인하되며 5년 뒤엔 완전히 사라진다. 베트남도 70%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10여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겐 호재지만 한국과 유럽, 미국 등지의 자동차 제조업 국가들에겐 악재다.

일본은 수입 쇠고기 관세를 38.5%에서 26.6%로 인하한 뒤 16년에 걸쳐 9%까지 떨어뜨릴 예정이다. 와인 관세 15%도 단계적 인하 후 2025년 완전히 철폐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등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은 10%포인트 가량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는 만큼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한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이날부터 협정이 발효되는 5개국에 대한 수출 관세가 연간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 절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0개국으로부터의 수입 관세도 연간 10억달러(약 1조1170억원) 절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문은 “공업제품 100%, 농축수산품 82.3%의 관세가 궁극적으로 철폐된다”면서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 효과까지 더하면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EU는 내년 2월 1일부터 각각 94%, 99% 품목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CNN은 “세계 경제 강대국들 간 무역 규칙이 재편될 것”이라며 “미국은 양자 협상을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의 협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만 미국과 중국 등도 추후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주장했던 지적재산권·투자·정부조달·환경 등 29개 조항에 대해 유예키로 합의한 것도 향후 미국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CNN은 “미국이 참여할 경우 지적재산권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영국, 대만 등도 협정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EU 탈퇴) 후 개별적으로 양자 무역협정을 다시 맺어야 하는 만큼 협정 참여를 적극 고려 중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세계 자유무역 증진에 ‘유익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영국이 가입할 경우 아시아 시장과 남미 시장과 교류하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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