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최순실 일당…자백하거나 발뺌하거나

최순실 "어차피 중형" 파단…모르쇠로 일관
블랙리스트 의혹 김기춘 "법대로 따져보자"
장시호·정호성 "살길 찾자"…자백 모드 전환
  • 등록 2017-03-06 오전 6:30:00

    수정 2017-03-06 오전 6:3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릴레이 수사가 이어지면서 기소자가 40명을 넘어섰다.

삼성 뇌물죄와 비선진료 의혹을 제외한 다른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역공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 반면 대부분 혐의를 받아들이고 국정농단의 실체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두 사람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순실 ‘모르쇠’ 버티기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인 최순실(61)씨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실제 운영은 최씨가 했다”고 증언해도 “조언만 했다”고 부인하는 식이다. 그는 재단 설립과 관련해 자신과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측이 꾸민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최씨의 주장에 동조해 고씨의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탄핵은 원인무효라고 주장한다.

영재센터가 삼성과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 등에 후원금을 강요한 데 대해서는 조카인 장시호(38)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영재센터 관계자들이 “최씨가 직접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진술했지만 최씨는 “영재센터 운영은 장씨가 했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최씨에 대해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하지만 그동안 최씨의 법정 대응 행태를 감안하면 특검이 기소한 내용의 재판이 시작돼도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부분의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에 일부 혐의라도 인정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하다. 최씨가 모든 혐의에 대해 모르쇠를 일관하는 이유다.

김기춘 ‘법리공방’ 설전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작성 자체가 정책적 행위일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전 실장 변호인단은 지난달 28일 열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한편 특검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김 전 실장 측은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한 것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일 뿐만 아니라 명단 작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좌편향된 문화계 지원 체계를 바로 잡았을 뿐”이라는 게 김 전 실장 주장의 요지다. \그는 블랙리스트 시행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1급 공무원은 신분 보장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였다”고 항변했다.

‘유신헌법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 전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법 전문가다. 특검이 자신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등 혐의를 법정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법리 공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화여대 교수들도 최씨 딸 정유라(21)씨에게 학사 특혜를 줬다는 혐의를 한목소리로 부인하고 있다. 일부 교수는 “학점을 준 것은 체육특기자를 배려하라는 학교 지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시호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두 사람은 법정에서 자신과 관련한 주요 혐의를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시호 ‘특검도우미’·정호성도 자백 행렬 동참

반면 재판에서 주요 혐의를 인정하며 국정농단의 실체를 공개하는 이들도 있다. 최씨 조카인 장시호씨와 정호성(49)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장씨는 재판에서 삼성 등에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를 인정했다. 또 영재센터 운영을 주도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씨 지시를 따랐다”고 밝혔다. 다만 영재센터 자금을 횡령한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재판 외에 특검 조사에서도 최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를 제출하거나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전화할 때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번호 일부를 전달하는 등 ‘특검 도우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씨의 이 같은 입장은 최씨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는 최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자백과 적극협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도 재판에서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점 외에도 최씨의 청와대 출입 과정 등을 증언했다. 문건 전달 등 최씨와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상황에서 이를 부인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도 장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의 경우 ‘삼성 후원금 강요’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증언했다. 그는 또 최씨에게 비밀 문건을 전달했다는 혐의도 최근 재판에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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