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뭐먹지]며느리 잡으려면 전어 대신 도다리

봄 도다리, 산란기와 겹쳐 맛 떨어져
봄에 어획량 많아 제철로 둔갑
최근에는 도다리 대신 비슷한 어종이 판 쳐
  • 등록 2020-09-30 오전 9:00:00

    수정 2020-09-30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가을 전어’는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철 전어를 굽는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들 정도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9~11월 지방이 차오른 전어의 고소한 맛은 고부갈등조차 넘어서는 별미로 인식돼 왔다.

가을 전어와 더불어 한쌍처럼 붙어다니는 생서이 바로 ‘도다리’다. 가을에 전어가 있다면 봄에는 도다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3~5월에 즐겨 찾는 도다리는 회나 구이보다는 쑥과 함께 끓인 ‘도다리 쑥국’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봄 도다리’의 신화는 만들어진 상술에 가깝다.

문치가자미(사진 왼쪽)과 도다리
도다리는 가자미과의 생선으로 몸이 마름모 형태를 띄고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다. 군산, 목포, 여수, 마산, 진해 및 부산 주변의 강 하구와 연안주변에서 서식한다. 양식이 안되다보니 자연산으로 즐길 수밖에 없어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생선이다. 양식 도다리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강도다리를 의미한다.

도다리의 산란기는 늦겨울과 봄 사이다. 보통 산란기 이전 지방을 채우는 시기를 생선의 제철이라 보는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본다면 도다리의 제철은 초여름부터 가을 사이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대중에게 도다리의 제철은 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도다리란 이름으로 팔리는 생선의 정식 명칭은 문치 가자미다. 남해안 지역에서 문치 가자미를 ‘참도다리’ 등으로 부르면서 즐기다 어느 샌가 진짜 도다리의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로선 사실상 문치 가자미가 도다리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문치 가자미 역시 산란기는 겨울~봄이라 봄에는 살 자체가 맛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문치 가자미는 3~4월 남해안에서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산란을 마친 문치 가자미들이 먹이를 찾아 하구 주변으로 모여 들면서 쉽게 잡히기 때문이다. 즉, 봄은 문치 가자미가 맛있는 계절이 아니라 문치 가자미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계절인 셈이다.

강도다리
3~4월 봄에는 문치 가자미가 대량으로 풀리지만 산란 직후라 지방이 빠진 봄 도다리가 맛있기 어렵다. 이에 따라 향이 좋은 봄쑥과 함께 먹어 맛을 보완하던 ‘도다리 쑥국’을 봄철 별미로 소개했고 이것이 하나의 계절 메뉴로 자리잡았단 분석이다.

문제는 도다리의 자리를 밀어낸 문치 가자미조차 대부분 현지에서 도다리로 소모되면서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자리를 노리는 것이 바로 강도다리다. 강에서 주로 잡히는 이 어종은 최근 광어와 비슷하게 양식을 거쳐 대량으로 출하된다. 봄 도다리 마케팅이 성행하는 3~5월에 집중적으로 풀려 도다리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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