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2~3개월마다 책을 찍고 있어요. 50만 부면 웬만한 집에는 한 권씩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최대 독자층이 60대였고 다음이 50대입니다. 맞벌이가 늘면서 손주들 키우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많긴 많구나 싶어요."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 사당동에서 개원, 1990년대 초반부터 하이텔 등 인터넷 통신에 육아 칼럼을 써왔다.
'육아를 상담하는 남자 소아과 의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후 스물네 곳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참고문헌 수천 권, 집필에 3년 걸린 이 책은 2000년 세상에 나오며 대중 육아서 시장을 열어젖혔다. '제2의 삐뽀삐뽀 119'를 꿈꾸며, 이후 비슷한 백과사전식 육아서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1만 부 넘기기도 힘든 채 대부분 조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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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 효과 아닐까요? 저는 의학 지식을 상담하듯 구어체로 썼어요. 당시로써는 새로운 접근이었죠. 지금도 저녁 7시에 퇴근해 어떨 때는 밤을 새우면서 고쳐 씁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부모들 고민도 듣고요. 사이트 운영에만 1년에 5000만 원 들어갑니다. 독자들은 냉정하잖아요. 10년 들인 공을 알아봐 주는가 봐요."
그에게도 육아는 공포였다. 같은 소아과 의사인 부인과 함께 30대에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매일 밥 먹이고 재우고 싸우느라 진이 빠졌다. 의대를 다닐 때만 해도 교육 과정에 '육아'가 없었고, 의사들이 부모 대상으로 쓴 육아서도 찾기 어려웠다. 젊은 부모들은 길을 잃고 헤맸고, 그 모습을 보던 미혼 남녀들은 출산을 미루었다.
그를 찾아오는 부모 중 상당수는 직접 책을 들고 와 "왜 책에서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대에서 육아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요. 3분 진료나 30분 진료나 돈은 똑같이 받는데, 의사들이 힘들여 얘기해줄 필요를 못 느끼죠. 수십 명 환자가 줄 선 유능한 의사일수록 더 그래요.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병원과 의사가 해결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 부모들 스스로 배워 나가라고요."
그의 목표는 '100만부 돌파'가 아닌 '절판'이다. 육아는 나라가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란다. "보육시설을 늘린다고 저출산이 해결되진 않아요. 부모들이 3만원이나 들여 내 책을 사보지 않아도 될 만큼 체계적인 육아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