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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뉴욕증시가 극도의 공포 모드에 빠져 들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500포인트나 급락하며 뉴욕증시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주요 지수가 4%대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국채금리 급등에서 촉발된 이번 조정은 급기야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임 이후 증시 상승랠리를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도 우려할 수준이 되자 이날 새로 취임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소방수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175.21포인트, 4.6% 추락한 2만4345.75에 거래를 마쳤다. 2만5000선을 끝내 지키지 못했고 이날 하락폭까지 합치면 올들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특히 장 막판 30분을 남기고 지수가 800포인트 곤두박질 치는 등 막판 뒷심 부족까지 드러내 취약한 시장심리를 여실히 증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하루만에 113.19포인트, 4.10%나 추락한 2648.94를 기록하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6년 6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273.42포인트, 3.78% 떨어진 6967.53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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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날 재닛 옐런 후임으로 새롭게 연준 의장에 취임한 파월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19년 동안 연준 의장 자리를 지켰던 앨런 그린스펀은 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시장 친화적 발언으로 마치 풋옵션을 매수해 가격 하락을 헤지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이후 그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와 옐런 모두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버냉키 풋`과 `옐런 풋`을 현실화한 바 있다. 특히 옐런 의장은 “연준의 역할은 손님들이 모두 떠나기 전까지 술잔이 비지 않도록 술을 채워 넣는 것”이라며 친시장적 성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직전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파월 풋 역시 가능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다. 이날 취임 연설에서도 파월 의장은 “나의 동료와 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 우리는 서서히 나타나는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파월 풋을 기대하기 이른 시점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닐 두타 르네상스매크로 경제부문 대표는 “연준은 그동안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왔던 만큼 이 정도 하락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파월 풋’을 기대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점쳤다. 파월 풋을 기대하기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존 히긴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여전히 주식시장은 작년말 수준에 있을 정도로 그동안 상승폭에 비하면 낙폭 자체가 크진 않은데다 경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파월 풋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만약 S&P500지수가 더 밀려 2000선 아래로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파월이 개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연준이 직접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시장 불안이 크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일단은 시장내에서 자율적인 반등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담당 수석전략가는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와 연준의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지수가 하락할 때 저가 매수할 타이밍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결국 공포감에 매물이 쏟아진 이후 시장이 자연스럽게 부분적으로 회복될 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디 프레데릭 찰스슈왑 트레이딩부문 부대표는 “낙폭이 크긴 하지만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정은 예견됐었던 건강한 조정으로 봐야 한다”며 “일부 비이성적인 과열이 꺼지는 것일 뿐 아직 강세장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