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한 살인범, 영원히 격리”…종신형 의무화 추진하는 영국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최근 국내에서 묻지마 칼부림으로 무고한 사람이 숨지는 등 끔찍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혐의가 명백한 흉악 범죄자에 대해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국가다. 무기징역을 내려도 가석방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범죄자를 다시 사회에 풀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영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가장 끔찍한 유형의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에게는 이미 계획된 법안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명령(whole life orders)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내무장관이 장기 수감자(long a life-sentence prisoner)에 대해 가석방 신청 전 최소 수감기간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2년 해당 제도는 폐지됐다. 형벌은 정치인이 아니라 독립 재판소인 법원이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현재 판사는 범죄자에게 가석방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 수감 기간을 지정하고 있다. 범죄자가 가석방되더라도 남은 생에 동안 ‘범죄자 꼬리표’(licence)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이 범죄자가 공공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감옥으로 보낼 수 있다.

이번에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은 최근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 치원에서 범죄자에 대한 가석방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로 보인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런 경우에는 극히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처음 명령이 적용되는 분야는 성적인 동기에 의한 살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올해 6월 30일 현재까지 종신형을 받은 범죄자는 65명 뿐으로 종신형 명령이 드문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끔찍한 살인 사건이 공포를 키우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영국에서 최악의 연쇄 아동 살인범인 루시 렛비 간호사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기도 했다. 루시 렛비는 병원에서 7명의 아기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장에 선 바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가장 끔찍한 유형의 살인을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해 다시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