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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도입 10년째인 혁신학교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양분하면서 학교 현장에 갈등을 낳고 있다. 혁신학교는 성적 줄 세우기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위한 학교모델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혁신학교가 학업에 소홀한 탓에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지고 대학 입시에 불리하다며 반대한다. 교육당국이 혁신학교 확대 목표에 치중할 게 아니라 문제점부터 개선하면서 부정적 인식을 지워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혁신학교, 전국 1525개교 지정…전체 13% 차지
지난 2009년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가 경기도교육감 때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했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자율적·민주적·협력적 학교문화 형성을 위해 학생·교원·학부모·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학교다. 지난 2009년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13개교가 먼저 도입됐다. 이후 올해 3월말에는 1525개교까지 늘었다. 10년새 무려 117배 이상 늘었다. 전국 혁신학교 중 초등학교는 902곳, 중학교 481곳, 고등학교는 142개교다.
전국 전체학교 중에서 혁신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9년 0.1%에서 2017년은 10%까지 늘어 두 자릿수를 넘었다. 올해는 전체 학교(1만1636개교) 중 13%를 차지한다.
“학업 소홀에 입시 불리” vs “다양한 프로그램 긍정적”
그러나 혁신학교가 급증하다보니 교육 현장에서 갈등이 번졌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가락초·해누리초·해누리중학교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 학부모는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면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집회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서울 송파 중산고는 지난 2014년 공모를 통해 혁신학교로 지정됐으나 이후 학부모들의 반대로 학교 스스로 혁신학교를 철회하기도 했다. 해누리중 1학년에 입학할 자녀를 둔 이한성(42·가명)씨는 “학급당 학생 수가 과밀학급 수준으로 혁신학교에 맞지 않고 성적 경쟁을 하지 않는 혁신학교 운영 방침이 입시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창의적 교육이나 자기주도적 학습은 좋지만 대학 입시를 위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당국에선 혁신학교 학생이라고 학업성적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등을 바탕으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학생 간 국어·수학·영어 과목 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혁신학교에 다닌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향은 없었다고 지난 19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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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혁신학교 수 목표 치중해선 안 된다”
혁신학교 확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22년까지 혁신학교를 25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3월 1일 기준 서울에서 혁신학교는 총 213개교로 △초등학교 158곳 △중학교 40곳 △고등학교 15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혁신학교 확대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 있는 혁신학교의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혁신학교 지정 규모보다 과거의 지식 주입식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해서다. 경기도 혁신학교 정책을 개발한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혁신학교에 지정된 학교 중에서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급하게 진행된 학교들이 많다”며 “학교 수 실적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혁신학교의 성과를 낸 모델을 만들고, 다른 학교로 확산시켜 학부모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질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 학부모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마련”이라며 “혁신학교 지정 목표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내부 갈등만 생기고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