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톺아보기]`쏘맥`이 유리병업체 실적에 미친 영향

유리병·밀폐용기 제조업체…작년 영업익 74% 증가
'쏘맥' 효과보다는 공병보증금 이슈로 가동률 높아져
군장에너지 등 지분법이익으로 순이익도 증가
  • 등록 2016-02-07 오전 9:02:29

    수정 2016-02-07 오전 9:02:29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개인적으로 종목을 분석할 때 회사이름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또 그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 곳인지를 먼저 살펴보는 편입니다. 복잡한 재무지표를 따져보기 전에 대략적인 회사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삼광글라스(005090)는 이름 그대로 ‘유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삽니다. 예전 이름도 삼광유리였다가 유리를 영어로 바꿔서 삼광글라스가 됐습니다. 이 회사가 얼마 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월3일 삼광글라스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변경공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화면)


공시제목이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변동’입니다. 우선 이 공시를 보는 방법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공시패턴입니다. 결산실적 그러니까 한해 연간 실적을 얘기하는데 매출액, 영업이익,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계산서의 어느 한 항목이라도 1년 전보다 30% 늘었거나 줄었으면 발표해야하는 공시입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은 15%가 기준입니다.

그런데 이 공시는 내부결산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어서 외부감사를 받으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외부감사가 끝나고 통상 3월 중하순에 정확한 수치가 나옵니다. 이 무렵 [기재정정]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공시가 많습니다. 내부결산과 외부감사 수치가 바뀐 것이죠. 그런데 기재정정은 의무공시가 아니어서 수치가 안 좋게 바뀐 회사들이 안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꼭 확인해서, 지금 발표한 내부결산 실적과 비교해 변동이 있는지 한 번 더 체크해야 합니다. 간혹 어느항목이 5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내부결산자료라도 실제 외부감사를 받은 실적과 50%가 차이난다면 문제가 많은 것입니다.

Q: 삼광글라스는 실적은 어떻나

공시를 보면 이 회사가 내부결산을 해봤더니 영업이익이 2014년 89억원에서 작년에 156억원으로 74% 늘었다는 겁니다. 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206억원이죠. 이것은 지분법이익이 잡혀서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구요.

공시화면에서 3번의 재무현황 항목에 자산·부채·자본 변동도 간략히 나옵니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계인데 부채 즉 ‘남의 돈’이 조금 줄었고 ‘내 돈’인 자본은 조금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역은 외부감사 자료를 봐야 하고, 그전에라도 자세한 상황을 보고 싶으면 지난 3분기 보고서상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살펴봐야 합니다.

Q: 삼광글라스는 어떤 사업하는 회사인가

이 회사는 소주·맥주를 담는 유리병을 만드는 곳입니다. 글라스락이라는 유리밀폐용기도 만들고, 캔도 만듭니다. 각각 매출비중이 30%씩 삼등분되어 있습니다. 유리병사업은 브랜드기준으로 보면 소주는 참이슬후레시과 자몽에이슬, 맥주는 카스 맥주병을 많이 만듭니다. 다른 병들도 조금씩 납품하구요. 이 회사 말고도 병을 만드는 곳 들이 있는데 상장회사 중에선 무학소주에 납품하는 금비(008870)가 있고, 소주 처음처럼 병을 만드는 테크팩솔루션이라는 비상장회사도 있습니다. 여기는 모회사가 동원시스템즈(014820)라는 상장사입니다.

Q: 과일맛소주와 ‘쏘맥’ 유행하니까 실적이 좋아진 것인가

사진:삼광글라스
최근 바뀐 주류 소비 패턴이 일부는 기여했을 겁니다. 특히 자몽맛소주가 작년에 출시됐는데, 이 회사가 자몽에이슬 병을 70% 정도 납품한다고 합니다. 작년에 새로 출시되면서 병도 많이 만들어 납품했겠죠. 그런데 사실 유리병 사업은 매출이 꾸준하게 발생하지만 수익성이 아주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보통 크게 손상이 없는 병은 많을 땐 6~7번 정도까지 재사용한다고 합니다. 재사용이 더 이상 안되면 재활용을 하는것이죠.

재사용은 원형이 잘 보존된 병을 세척해서 쓰는 것이고, 재활용은 더 이상 재사용할 수 없을정도로 긁히거나 파손된 병을 잘게 부셔서 새로운 유리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재사용하는 병은 이 회사와 관련 없는 것이죠. 이 회사는 새로운 병을 만들어야 매출이 생깁니다.

그런데 작년에 공병보증금 이슈가 있었죠. 우리가 구입하는 소주·맥주의 가격에는 사실 보증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주병은 40원, 맥주병은 50원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환경부에서 이 보증금을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어요. 법 시행은 2017년 1월 1일입니다.

공병보증금이 올라가긴 하는데 아직은 시행되지 않다보니 재사용할 병을 수거하는 분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재기’가 생긴 것이죠. 소주·맥주회사들은 이들로부터 재사용할 병을 받아서 술을 담아야 하는데 예전보다 재사용할 병이 확보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주·맥주회사들은 삼광글라스 같은 유리병 제조회사에 새로운 병을 더 주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그래서 작년에 이 회사도 공장 가동률이 높이지고 매출도 늘어난 것입니다. 회사의 실적 공시를 보면 ‘가동률 향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원가절감도 있습니다. 작년에 유가가 평균적으로 많이 떨어졌는데요. 유리를 만들려면 모래·규사·소다회 등을 다 모아서 1600℃에서 녹여서 유리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온도를 높이려면 벙커C유라는 기름을 사용하는데 그 기름값이 싸지니까 매출원가도 일부 절감된 것이죠.

Q: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더 많은 이유는

삼광글라스는 이테크건설과 군장에너지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테크건설은 상장회사인데 주택건설보다는 국내 관급 플랜트분야를 주로 하는 곳이고, 군장에너지는 전북 군산에 있는 산업단지에서 스팀(증기)를 공급하는 회사인데 이익률이 30%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 회사들의 실적이 반영된 지분법이익이 2014년에는 215억원이 발생했고, 올해도 아직 정확한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작년 3분기까지 180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비춰보면 연간단위로는 2014년과 유사한 수치가 반영될 걸로 보입니다.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더 많은 것은 이것 때문입니다.

군장에너지 전경(자료: 회사)
<이 기사는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이데일리TV 마켓플러스-주식 톺아보기 프로그램의 내용을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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