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IC Webinar]② 부동산 옥석가리기...물류· 데이타센터 뜬다

코로나 직격탄 글로벌 부동산시장 향방은
"기초자산 가치하락 연내 반영...잠재적 뇌관"
"글로벌 리츠, 사모대출·메자닌 유망...
블라인드 펀드 활용 등 전략 다변화해야"
  • 등록 2020-05-27 오전 5:30:10

    수정 2020-05-27 오전 9:08:18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그룹 하모니홀을 주 무대로 진행된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웨비나. 서울,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코네티컷에서 각각 접속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화상에서 만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팬더믹 시대 부동산 투자는 블랙스완과도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카슘 JLL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대체투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장실사(due diligence) 등 대면접촉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모든 투자 프로세스는 ‘올스톱’ 상태. 기존 투자 프로젝트들도 부동산 기초자산의 가치측정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증유의 혼란속, 도마위에 오른 글로벌 부동산대체투자. 그 실태와 대응방안을 국내외 전문가들과 논의했다. 세계적인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인 CBRE의 릿슨 퍼거슨 글로벌 부문 대표와 JLL의 리아즈 카슘 글로벌 자본시장 대표, 브란트 맬로 AIF(미국 50개 주 재무장관과 연기금 CIO들이 참여하는 포럼) 대표, 제프 길러 스텝스톤 부동산부문 대표 , 원종현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장, 조홍래 한투운용 대표, 김희석 하나대체투자 대표, 김진우 신영증권 IB 전무 등 국내외 전문가 8명이 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의 사회로 90분간 원격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정 원장은 서울 중구 통일로 KG그룹 본사 하모니홀, 나머지 전문가들은 서울,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코네티컷의 자택 또는 사무실에서 각각 화면에 접속했다. 화상회의 후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토론 내용을 보완했다.

“거시적 블랙스완...글로벌 부동산 위험 고조”

전문가들은 부동산 부문이 2008년 금융위기처럼 금융시장의 잠재적 뇌관이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두 가지 경로다. 우선 경기침체의 골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깊어지는 상황에서 급격한 수요위축으로 부동산 시장의 현금흐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퍼거슨 대표는 “금융 위기때보다 수요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더 크다”며 “악영향이 얼마나 오래 가고 깊어질지 회복의 형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길러 대표는 “실업률이 이렇게 즉각적으로 30%까지 올라간 적이 없다. 경제가 재개되더라도 극심한 고용난으로 수요회복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요 감소→ (임대료 수입 차질 등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 펀드 배당지급 여력 약화 → 펀드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기초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를 통해 파생된 각종 펀드들이 도미노처럼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퍼거슨 대표는 CBRE의 자체 분석을 인용, “상장된 부동산펀드의 가치가 이미 30∼35% 하락했다. 이는 기초자산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맬로 대표는 “일부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상품들이 위기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유지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처럼 금융시스템 전체의 붕괴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카슘 대표는 “연준과 정부의 조치가 신속했고 대출기관들도 이자상환유예·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유연히 대응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 자금조달의 용이성으로 금융위기에 비해 한결 운신의 폭은 넓은 상태”라고 말했다. 퍼거슨 대표는 “금융위기 당시 금융사들의 평균 레버리지는 75%, 지금은 60∼ 6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은 상태”라며 “일부 민감섹터를 제외하면 금융위기때처럼 신용위험이 널리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맬로 대표는 “전체 금융사들의 평균 레버리지가 금융위기때보다 낮다고 해도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상품들도 적지 않은 만큼 위기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유지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다지만…

문제는 향후 6개월이다. 부동산 비즈니스가 재개되는 올 하반기 기초자산의 가치가 실제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 대략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슘 대표는 “셧다운(shutdown) 기간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중단되면서 공모시장과는 달리 (부동산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모시장에선 기초자산의 하락된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모시장의 가격조정이 6개월 선행한다고 보면 사모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찾는 과정(price discovery process)은 연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길러 대표는 “비즈니스 재개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화하면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서 “잠재 부실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래 대표는 “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선 부동산시장은 매수매도자간 가격결정이 어렵다”며 “2020년말 이전에 지난 2∼3년 동안 있었던 투자건의 옥석가리기가 상당히 진행 될 듯하다”고 전망했다.

짙은 안개 자욱…투자대응 어떻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선 일단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투자기회를 신중히 포착할 것을 주문했다.

길러 대표는 “일부 전략적 자산 재배분은 필요하지만 연간 투자계획은 섣불리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투매가 벌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슘 대표는 “엄청난 유동성이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4%의 범위에 있다면 부동산 투자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만하다”고 말했다.

맬로 대표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와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의 등장이 향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1조 달러정도 이동이 있지만 탈세계화 현상이 심화되고 미국 영국 등에서의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부의 흐름, 자본 이동이 막혔다”고 분석했다.

퍼거슨 대표는 “향후 1∼2년내 다양한 섹터에서 투자전략을 재조정 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분투자보다는 사모대출(private debt)이나 메자닌(주식과 채권 사이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파생상품) 대출 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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