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는 자산규모 6조 7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 수와 자산규모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00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재계와 법원은 기업 대출금 만기가 몰려 있는 연말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 잇단 법정관리에 파산부 재계 12위로
국내 최대 규모 법원 파산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업은 450개사로 전체 자산규모는 27조원에 달한다. 자산 기준 재계 12위인 CJ그룹(25조원)보다 많다. 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 자산규모가 가장 많았던 때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으로 액수가 30조원에 달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 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90건의 기업회생 사건을 접수한데 이어 올해 벌써 249건의 기업회생 신청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현재 관리하는 기업은 450곳이다. 가장 최악이었던 2000년( 71곳)의 6배가 넘는다.
문제는 올해 기업 경영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STX조선에 이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조선·해운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계속되고 있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법원 파산부의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 14개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법정관리 기업은 사상 최대인 1150개다. 1년 전보다 100개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법원 파산부에서 근무하는 판사 수는 84명으로 크게 변동이 없다. 판사 1명당 13개의 기업을 관리하는 셈이다. 국내 최대 파산부인 서울중앙지법은 더 열악하다. 중앙지법 파산부는 판사 1명당 25개 기업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현실적인 관리 능력을 감안해 도산전문법원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산법원은 기업 및 개인 회생·파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다.
하지만 도산전문법원을 세우기 위한 예산마련과 판사 증원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도산전문법원을 세우기는 어렵다.
법원의 법정관리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고, 판사가 법정관리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것이 아닌 만큼 현재 상황이 법원 파산부가 관리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과거와 달리 법원 파산부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업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유연함으로 부실 기업 회생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동양시멘트, 쌍용건설 등을 발빠르게 매각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 했다. 또 올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선택하자 정책 대출금을 빨리 집행하라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법원이 원칙과 절차 때문에 느린 의사 결정을 내려 왔는데 최근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의 법정관리 경험이 늘면서 관리 능력도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