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아비트러지의 유혹`과 바이백

  • 등록 2002-06-27 오전 9:09:47

    수정 2002-06-27 오전 9:09:47

[edaily 정명수기자] 일드커브(yield curve)가 엉망이 됐다. 1-3년 스프레드는 19bp로 급격하게 좁혀졌지만 3-5년 스프레드는 44bp로 약간 벌어졌다. 일드커브뿐인가. 국채선물 콘탱고는 40틱이나 된다. 본드-스왑 스프레드 역전도 기가 막힌다. 2년 스왑 스프레드는 무려 -50bp에 달한다. 채권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뒤죽박죽이다. 그러나 뒤죽박죽은 기회다. 일드커브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국채 바이백(Buy Back)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것이 많다. 우선 국채선물 콘탱고. 당연히 매수차익거래 찬스다. 현실은 매수차익거래자를 괴롭혔다. 고평가 국채선물을 팔고, 저평가 현물을 샀는데 콘탱고 폭이 더 확대되면 평가손이다. 차익거래는 인내를 요구한다. 본드-스왑 스프레드 역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50bp, -30bp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스왑 포지션을 잡을 때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스프레드라고 무턱대고 `스왑 페이-현선물 매수`를 감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50bp라면 얘기가 다르다. 본드-스왑 스프레드가 플렛(0)으로 간다고만 가정해도 거래비용을 다 제하고 최소 30bp 정도는 이득이다. 스왑 페이는 자금이 필요없지만 현선물을 살 때는 자금을 조달해야한다. 단기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같은 아비트러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에 스왑 포지션이 없는 뉴머니(new money)는 얼마든지 이런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 자금조달은 세일즈맨들의 능력이고 펀드매니저들은 아비트러지 구조만 설계하면 된다. 어떤 이유로 커브가 이렇게 됐고, 콘탱고가 벌어졌고, 스왑 스프레드가 마이너스가 됐는지 따지기 전에 거래 찬스 자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브 전략. 재경부가 다음달에 8000억원 규모의 국채 바이백을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바이백 방식은 지난해 10월, 11월에 했던 것과 같다. 장기국채를 발행해서 그 재원으로 만기가 얼마 안남은 국채를 되사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지난해 10월24일, 11월21일 바이백이 실시된 전후의 장단기 스프레드 변화다. 당시는 9.11테러이후 수익률이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었다. 단기국채를 시장에서 퇴장시키고 장기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듀레이션이 늘어나게 된다. 일드커브는 단저장고 형태로 가파르게 변하는 압력을 받는다. 지난해 바이백은 1조원씩 두차례 진행됐다. 10월, 11월 국고10년물 1조원을 발행하고 바로 1조원 국채를 바이백했다. 그림에서 보면 국채 바이백 그 자체가 일드커브를 가파르게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12월 중순이후 장단기 스프레드는 10월, 11월 스프레드가 최고로 벌어졌을 때보다도 좁다. 그러나 10월초부터 12월까지 시계열로 보면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트렌드 상에서 바이백이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경부가 일드커브를 가파르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바이백을 실시한 것은 아니지만 스프레드가 좁을 때 바이백을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는 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드커브가 뒤죽박죽이지만 일드커브는 상당히 평평해졌다. 단기자금 시장이 왜곡되면서 단기 수익률은 장기물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재경부의 갑작스러운 바이백은 커브 모양으로는 최적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월말 금융기관의 반기결산이 끝나면 혼란스러운 커브와 스프레드가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싼 것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싼 것을 판다는 기본적인 아비트러지 전략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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