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대신 현금 상환…시장 눈치보는 건설사

[회사채 양극화 심화]
올해 1분기 건설채 만기 도래액만 1.5조원
연초효과에도…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2곳 공모채 발행
롯데건설, 차환 발행 대신 현금 상환 선택
  • 등록 2024-01-12 오전 7:43:52

    수정 2024-01-12 오전 7:43:52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오는 1분기 만기 도래를 앞둔 건설채 물량이 1조5000억원대에 달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 예정된 건설사는 현대건설(000720)(AA-)과 SK에코플랜트(A-) 단 두 곳뿐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서다. 현대건설은 2년물 600억원, 3년물 800억원으로 총 1400억원을, SK에코플랜트는 1년물 300억원, 1년6개월물 400억원, 2년물 600억원으로 총 1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맏형으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SK그룹을 등에 업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 재개로 연초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목표액 조달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만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차환 발행 대신 현금 상환을 선택한 곳도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3일 만기가 도래한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올해 초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었으나, 건설채 투자심리 악화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채권시장에서의 건설채 기피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대두되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 나섰던 10곳의 건설사 중 절반에 달하는 5곳(HL D&I,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KCC건설, 한양 )이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나머지 5곳(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GS건설, 한국토지신탁)도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을 면치 못했다.

올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엔 ‘부정적’이 우세한 상황이라 공모채 시장에서 건설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해 신용평가 3사는 ‘A(부정적)’에서 ‘CCC(부정적 검토)’로 10단계 강등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20여곳 중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곳은 GS건설(006360)(A+), 롯데건설(A+), HDC현대산업개발(294870)(A), 신세계건설(034300)(A) 등 4곳이다. 또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의 무보증사채(A+)와 기업어음(A2+) 등급을 각각 ‘A’, ‘A2’로 하향 조정했으며, 동부건설(005960)의 기업어음 및 전단채 등급도 종전 ‘A3+’에서 ‘A3’로 낮췄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현대건설은 더블에이급이고, SK에코플랜트는 모회사가 받쳐주기 때문에 그나마 공모채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평사들이 건설사의 추가 신용등급 하향을 예고한 상황이라 중소형사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사모채 발행을 통해 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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