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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화장품 직접 판매회사인 에이본 프로덕츠 주가가 장중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영국 투자회사가 에이본 프로덕츠를 실제 주가보다 3배나 높은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데 따른 것으로, 이를 둘러싸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유령 오퍼(인수제안)`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PTG캐피탈파트너스라는 이름을 가진 한 영국 투자회사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인 에드가(EDGAR)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에이본 프로덕츠 주식 1주당 18.75달러에 지분을 인수하기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시가 나오자마자 6.7달러 수준이던 회사 주가는 몇 분만에 단숨에 8달러까지 20%나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PTG캐피탈이 내놓은 인수 제안가격은 당시 에이본의 주가 6.71달러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이본측도 당장 이메일 성명을 내고 “그런 회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지도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연락해본 적도 없다”면서 “PTG캐피탈이 존재하는 회사인지도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SEC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진 않고 있다.
이를 두고 SEC의 공시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EC는 에드가를 운영하면서 공시 주체가 ID와 패스워드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사전 확인이나 승인 절차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SEC 관료를 지낸 뒤 현재는 로펌인 깁슨 던 앤 크러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말로니는 “SEC는 공시시스템을 제공할 뿐 해당 법인이 실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 등은 확인하지 않는다”며 “공시시스템 에드가에 접근하는 것은 이메일 계정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쉽다”며 제도적인 허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