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귀여운 전쟁`에서 배우자

‘도쿄 현지 르포’ 日경차 왜 잘 나가나 車 전체시장 규모 줄어도 경차 비중은 오히려 증가 크고 기름 많이 먹는 대형세단·SUV 거의 안팔려 앞다퉈 경차 개발… 종류 30종 이상 ‘선택의 폭’ 넓어
  • 등록 2007-10-30 오전 8:53:35

    수정 2007-10-30 오전 8:53:35

[조선일보 제공] 자동차대국 일본은 중대형 세단, 스포츠카는 물론 픽업트럭까지 못 만드는 차가 없지만 정작 일본 내수에서 ‘팔리는 차’는 딱 세 가지다. 경차(輕車), 소형 해치백(hatchback·뒷문이 위로 열리는 차), 가족용 미니밴. 그 중에서도 최근 경차 인기가 단연 높다.

일본의 작년 경차 판매비율은 승용차 전체 판매량의 32.5%로 최근 3년간 승용차 전체 시장 규모가 줄었는데도 경차 판매대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판매 순위에서도 경차·소형차가 판매 10위권 내에 7~8개를 차지하고 있다. 덩치가 크고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대형 세단이나 대형 SUV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고유가(高油價)로 인해 작고 연료비가 적게 드는 차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경차 판매비율이 극히 낮다. 2000년 전체 승용차 판매의 8.8%에서 작년에는 4.2%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또 판매 순위 10위권 내 차종도 대부분 중대형차나 준준형차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26일 도쿄모터쇼에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활용·편의성을 극대화한 최신 경차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모터쇼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 기자는 “일본시장은 중·대형 세단시장 자체가 사라져버린 지 오래”라며 “도심에 거주하는 젊은 층은 경제적이고 주차하기 편한 경차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내 공간 대폭 늘리고 편의장비 늘린 경차 출시

일본은 스즈키 다이하쓰 같은 전통적인 경차 전문회사 외에도 닛산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 스바루 같은 회사들도 앞다퉈 경차를 내놓고 있다.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경차를 구비하지 않으면 내수 판매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경차는 30종 이상.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본 경차는 길이 3.4m 폭 1.48m에 엔진 배기량 0.66ℓ 이하의 차량을 말한다. 현재 전국에 2000만대 이상이 보급돼 있다. 신차 값이 80만~150만엔(640만~1200만원)으로 2ℓ급 승용차의 절반 이하이며, 구입·유지 단계의 세금은 2ℓ급 승용차의 20~30% 수준이다. 물론 차가 작기 때문에 연비도 좋은 편이다.

특히 이번 도쿄모터쇼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다이하쓰의 ‘탄토(Tanto)’는 경차 규격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차량보다 실내 높이를 25mm, 실내 폭을 50mm, 실내 길이를 150mm나 늘려 경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내부 공간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또 왼쪽 앞·뒷문 사이 기둥을 없애는 방식으로 입구를 크게 넓혀 오르내리기 편하도록 꾸민 것도 특징이다.

역시 처음 선보인 스즈키의 ‘팔레트(Palette)’는 뒷문을 전동식 슬라이드 도어로 만들어 타고 내릴 때 문에 손을 댈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또 앞바퀴는 최대한 앞으로, 뒷바퀴는 최대한 뒤로 밀어내 산악자전거를 접지 않고 실을 수 있을 만큼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국내 시장, 선택 폭 늘리고 소비자 의식 바뀌어야

차종도 많고 판매량도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차 판매가 극도로 부진하다. 판매·유지 단계에서 세금 혜택이 있지만 판매를 촉진하기에는 지원책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경차는 내년부터 차폭이 1.5m에서 1.6m, 배기량은 0.8ℓ에서 1ℓ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일본차로 보면 거의 소형차 크기의 차까지 경차 혜택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배기량 0.8ℓ 차폭 1.5m의 GM대우 마티즈뿐 아니라 배기량 1ℓ 차폭 1.6m의 기아 모닝까지 경차에 편입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경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급등하고 있는 기름값이나 도심 교통 사정을 감안하면 경차 판매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정상이다.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경차를 고를 수 있게 자동차회사가 판매 차종을 더 늘릴 필요도 있지만, 현재의 시장 규모에서 판매 차종이 당장 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정부의 더 많은 경차 지원, 자동차회사의 차종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차를 애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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