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의 ‘탄핵 이후’ 초헌법적 발상 우려한다

  • 등록 2016-12-08 오전 6:21:06

    수정 2016-12-08 오전 6:21:06

결국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 돌입하게 됐다.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일단 탄핵안을 처리한 다음 이후 문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지켜보겠다”며 야권의 ‘즉시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내일로 예정된 탄핵안 표결이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정치 혼란과 국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측은 어제도 “탄핵안 표결이 가결되면 그 절차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법에 정해진 대로 탄핵심판 절차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그 전날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밝힌 얘기의 연장선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야권과 박 대통령이 ‘탄핵열차’에 올라서도 마지막까지 대치하는 모양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진행돼 온 일련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3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인정한 사항이다. 야권이 ‘촛불 민심’에 의지해 탄핵을 주도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탄핵 이후’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데 있어서는 야권도 공동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협상 기회를 번번이 걷어찬 잘못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포함한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처사는 헌법정신을 무시한 발상이다. 야권이 헌법 절차에 따른다며 ‘퇴진 협상’을 거부해 놓고는 정작 박 대통령에 대해서만 퇴진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혹시 뒷날 탄핵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릇된 선례로 남을 소지가 다분하다.

탄핵 통과에 대비해 미리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작업도 이제는 물 건너가 버렸다. 박 대통령이 제시했던 김병준 책임총리 및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카드도 공중에 떠버린 상황이다. 좋으나 싫으나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탄핵안을 처리해놓고 야당이 딴소리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회 폭거’다. 탄핵 표결까지 이른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에 따른 국정 공백 책임은 야권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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