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징용 피해자 또 패소…엇갈리는 '소멸시효' 판단[판결뒷담화]

손해배상 청구권 기준 쟁점…유족은 '2018년' 니시마츠는 '2012년'
1심서 원고 청구 기각…청구권 소멸시효 기점 2012년
  • 등록 2023-02-18 오전 11:00:00

    수정 2023-02-18 오전 11: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대법원의 2012년 5월과 2018년 10월 판결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날 재판부는 소멸시효 기점을 2012년으로 봤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 김모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 있는 니시마츠건설(당시 니시마츠구미)에서 1942년부터 근무하다 1944년 5월 29일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제적 등본에도 1944년 5월 29일 오전 1시 니시마츠 공장에서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에 피해자 유족 측은 강제로 동원돼 노역하다 숨진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2019년 6월 소를 제기했습니다.

피해자 유족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2013년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원고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 측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해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도 “재판부는 파기환송한 최초 판결 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며 “즉 판결 시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봐야 한다.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전체 내용은 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2012년에 기존 판결을 파기환송 하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명시했거든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이후에 계속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계신 거예요.

소송의 본질은 같아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계산하는 방식이 제각각 이라서 하급심 법원마다 판결이 달라지고 있고 최근 판결도 결국 소멸시효 문제거든요.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반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를 가집니다. 청구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입니다. 3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권이 없어지는 거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들어진 게 소멸시효인데 기산점을 언제 기준으로 3년으로 볼 것인가를 각각 다르게 보고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 같은 경우에 대법원이 기존 판결 뒤집으면서 파기환송 한 시점, 강제징용 노동자분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진다고 판단한 시점이 2012년입니다.

원고분이 2019년에 청구했는데 2012년 기준으로 했을 때 7년이 지난 거잖아요. 만약 2018년 기준으로 했다면 2019년이면 아직 소멸시효 3년이 된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되면 인용이 될 수 있는 거고 실제로 지방법원에서는 2018년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소멸시효 기준점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서 각각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결국에는 법령 해석의 문제입니다. 소멸시효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자기가 어떠한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시점을 판단 기준으로 하거든요.

지방법원에서 법령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게 잘못됐다거나 법률 전문가로 봤을 때 양쪽 해석에 일리가 있거든요. 2012년과 2018년에 대한 판결에 근거는 있거든요. 그러면 대법원 차원에서 확실하게 정리해주면 좋기는 해요. 소멸시효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이거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법원의)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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