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갈등 이슈가 대중문화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일베나 메갈처럼 일방적 주장을 내세운다는 사이트는 이제 그 자체가 상장이 됐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2030세대와 5060세대 등 그간 공존한 틀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진영을 만들어놓고 그 진영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을 공격한다. 급기야 한발 떨어진 것 같은 대중문화마저 진영논리의 싸움에 휘말렸다. 북핵 해법, 드루킹 사태 등 이슈가 쏟아지는 와중에서 설화에 휩싸인 스타들의 이름이 뜬금없이 검색어 상위에 오른다.
최근 FT아일랜드 이홍기가 BJ 철구가 만드는 동영상을 시청했다고 비난을 받자 못 참고 나섰다. 21일 이홍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 미치게 한다. 날 잘 알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무슨 해명을 하라고 난리네. 더 이상 이 주제로 이야기하지 말자”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BJ 철구는 과거 기초수급자, 5·18 민주화 항쟁과 관련해 비하하는 발언으로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비단 이홍기와 수지뿐 아니다. 최근 몇몇 연예인이 구설에 올랐다. 틴탑 니엘과 하이라이트 윤두준은 데이트 폭력 의혹에 휩싸인 BJ보겸과 친분으로 곤욕을 치렀다. 앞서 아이린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좋아하는 이유로, 소유·설현 등은 페미니즘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소유는 지난 주말 열린 서울 대학로 페미니즘 집회와 관련 SNS에 ‘좋아요’를 눌렀다 취소하기도 했다.
대중이 스타의 말 한 마디, 클릭 하나에 민감한 이유는 영향력 때문이다. 혹 나와 다른, 나아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의심 또한 작용한다. 그렇다고 스타의 인맥, 좋아하는 책, 심지어 가끔 보는 동영상까지 간섭해야 하는 것일까? ‘애호박으로 맞아봤나?’라는 장난기 어린 글을 올렸다가 페미니즘 설전을 벌인 배우 유아인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일방적으로 어떤 사건을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어떤 진영의 사람들에게, 저는 굳이 굴복하거나 사과하고 싶진 않았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훨씬 풍요로워지는 게 아닌가”라는 게 유아인의 말이다. 스타로 살아가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