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게임 닌텐도 ‘동물의 숲’이 지난 주 실시한 설날 이벤트에 일본 이용자들이 “중국 게임이냐”며 반발했다 (사진=동물의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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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설연휴 세계적인 인기 게임인 닌텐도의 ‘동물의 숲’이 논란에 휩싸였다. 발단은 닌텐도가 지난 12일 설 명절을 맞아 진행한 이벤트였다. 게임에 세뱃돈 봉투와 복 장식이 추가되자 일본 이용자들이 “중국 게임이냐”며 반발한 것. 일본 트위터에서는 “닌텐도가 일본 설날은 제쳐두고 중국 춘절만 챙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말 닌텐도가 일본 설날을 등한시했을까? 그렇지 않다. 일본 설날에 해당하는 정월, 즉 양력 1월 1일 동물의 숲에는 금줄 장식인 시메카자리(しめ飾り)와 소나무 장식인 카도마츠(門松)가 등장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일본의 가정집에서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두는 장식물이다. 일본 설날 역시도 그에 맞는 이벤트를 실시한 것이다.
| 설날인 12일 오후 서울 운현궁에서 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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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설날 이벤트가 비단 중국만 타깃으로 한 것도 아니다. 설날을 쇠는 나라는 중국뿐이 아니라서다. 한국과 대만, 베트남도 음력으로 같은 날에 설날을 기념한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전까지는 음력을 쓰며 설날을 지냈다. 현재도 일본의 일부 신사와 절에서는 음력설 행사를 챙기기도 한다.
이번 설날 이벤트에 비난을 퍼부은 일본인들이야말로 오히려 일본 게임업계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기고가인 아카기 토모히로는 지난 19일 아사히신문 계열의 주간지 론자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일본은 아직도 게임시장에서 유력한 나라이긴 하지만 더는 게임의 중심도, 게임 최대 시장도 아니다”라며 “일본 고유 행사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관련된 이벤트가 중요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 지난 2017년 일본에서 열린 도쿄 게임쇼. 당시만 해도 세계 게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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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히로의 지적에는 근거가 있다. 실제 게임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은 낮아지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에서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19.6%)였던 일본은 다음 해 미국과 중국에 밀려 3위로 내려왔다. 2018년에도 순위를 되찾지 못했다. 2019년에도 일본의 점유율은 11.8%로 미국(20.1%)과 중국(18.7%)에 이어 3위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에서 매출 상위 게임 100위 중 25%는 중국 퍼블리셔가 출시한 게임이다. ‘게임 강국’이란 일본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로 ‘집콕’이 일상화한 시대, 닌텐도 등 일본 게임이 수혜를 입긴 했지만 내수 시장에 마냥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 인구는 12년 연속 줄고 있으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리먼쇼크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4.8% 줄었다.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며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여행과 외식 장려 정책인 ‘고 투 트래블’, ‘고 투 이트’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막지 못한 것이다.
| 지난 15일 일본 닛케이평균이 3만선을 뚫었다. 지난 1989년 3만89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버블 붕괴로 폭락한 후 약 30년 만이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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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년 만에 3만엔 선을 회복한 일본 증시도 결국 외국인 투자자가 이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은 1990년대 말 20.4%에서 16.5%로 줄어든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4.7%에서 30.3%로 올랐기 때문이다. 1980년대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버블 붕괴의 악몽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탓이다.
다시 닌텐도 동물의 숲 이벤트 얘기로 돌아오면, 일본 게임이니 일본 행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이들에게 토모히로는 이렇게 일갈한다. “글로벌리즘에 대응하지 못하고 일본 것을 고집하는 유저의 의견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가 일본 게임업계에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