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광고글만 올려도 금융거래 정지

  • 등록 2015-12-14 오전 6:00:00

    수정 2015-12-14 오전 6:00:00

△삽화=문승용 기자
내년부터 금융질서 문란자 등록

징역 3년 또는 벌금 2000만원 처벌도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저희는 직거래로만 통장을 삽니다. 첫 거래 때 현찰로 장값(통장값) 드리고 바로 다음날 300만원 추가로 입금해 드립니다.”

지난 11일 포털사이트 구글에 ‘통장 삽니다’를 검색하자 대포통장을 브로커들이 남긴 글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검색된 사이트 중 한 곳에 들어갔다. 진열대를 전문으로 만드는 이 회사 온라인상담 게시판은 통장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이 남긴 글들로 도배돼 있었다. 정작 상품 문의를 하는 글은 하나도 없고 통장을 거래하고 싶다는 광고글만 하루 10여 건 넘게 올라왔다. 한 브로커는 “포털사이트에선 키워드만 입력해도 관련 글을 모두 검색할 수 있다보니 아무 게시판에 댓글 형태의 글만 올려도 통장을 팔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쪽에서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리면 다른 반대쪽에선 이 글을 지우느라 정신이 없다. 바로 금융감독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대포통장 광고글을 일일이 찾아 이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달한다. 그러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이트 운영자에게 대포통장 광고글을 지우라고 요청한다.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린 사람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 뿌리뽑기에 나선다. 타깃은 인터넷에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리는 모집책들이다. 그동안 이들은 대포통장을 시중에 유통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작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본인 통장을 넘긴 사람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된 것과 달리 정작 통장 모집책에 대한 처벌 수단은 없다 보니 대포통장을 뿌리뽑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내년부터 인터넷에 통장을 거래하겠다는 광고글을 올린 사람도 처벌 수위가 높은 본인 통장을 넘긴 사람에 준해 처벌한다. 사법처리가 되는 것과 동시에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돼 최고 12년간 금융거래가 막힌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관련 법 개정으로 내년 3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금융질서 문란자’ 등록 대상에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린 사람도 넣기로 했다.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되면 5년간 통장을 넘긴 기록이 은행연합회에 고스란히 남게 되고 7년간은 아예 금융거래가 금지된다. 12년간 은행 거래가 완전히 막히는 셈이다. 애초엔 본인 통장을 타인에게 넘겨 두 번 적발된 사람만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해 불이익을 주려고 했지만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려 대포통장 유통에 나서는 사람도 똑같이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용실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대포통장 유통을 막으려면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려 대포통장 유통에 나서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똑같이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 1월부터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리다 적발되면 통장을 팔다 걸린 사람과 마찬가지로 법적 처벌을 받는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어 국회를 통과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거란 게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이 법은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된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 따라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리다 걸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김동환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그동안은 대포통장 광고글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형으로 대포통장 광고글을 올려 영업에 나서는 일당을 잡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시중에 유통되는 대포통장 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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