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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툴젠이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 1위(40% 이상)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특허 확보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크리스퍼 캐스9을 두고 저촉심사가 오랫동안 진행됐다. 기관투자자들이 한동안 툴젠에 대규모 투자 단행을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3년 3월까지 발명우선주의, 이후부터는 출원우선주의로 바뀌었다. 저촉심사는 발명우선주의 적용 당시 특허에 대해서 2인 이상 출원인이 동일한 발명을 주장할 경우 선발명자를 가리는 심사다.
김 대표는 “작년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가 합류하고 있는 CVC는 크리스퍼 캐스9이 DNA를 잘라 유전자를 교정하는 능력을 찾아냈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내는 박테리아의 고전적 면역 시스템 원핵세포를 입증해 가출원한 시점이 2012년 5월이다”며 “툴젠과 브로드연구소는 크리스퍼 캐스9이 진핵세포를 유전자교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특허다. 툴젠은 2012년 10월, 브로드연구소가 2012년 12월 미국에 가출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차 특허 분쟁은 미국 특허 심사관이 툴젠은 넣어주지도 않았다. CVC와 브로드연구소가 2년에 걸쳐 저촉심사를 받았고, 심사 결과 CVC가 원핵세포, 브로드연구소는 진핵세포로 권리를 인정해주면서, 2차 특허 전쟁이 시작됐다”며 “진핵세포 권리가 축소된 CVC가 항소했고, 툴젠도 소송을 통해 특허 분쟁 당사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특허심판원이 심리하고 있는 저촉심사의 쟁점은 진핵세포에 적용되는 크리스퍼 캐스9 시스템이 누구의 특허 청구항에 해당되는 지다. CVC와 브로드연구소의 양자 대결에서 툴젠이 글로벌 원천특허 경쟁에서 주요한 행위자로 올라선 것이다.
김 대표는 “미국 특허청이 툴젠을 시니어파티(senior party, 우선순위 권리자)로 인정한 상태다. 이는 CVC와 브로드연구소를 후 발명자라고 보는 것”이라며 “툴젠보다 진핵세포 시스템을 더 빨리 발명했다는 것을 입증 못하면 시니어파티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75% 이상이 저촉심사에서 시니어파티가 승리한다”고 했다.
툴젠은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미국 특허 소송과 자체 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CVC와 브로드연구소가 법무법인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는 만큼 우리도 법무비용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약품 임상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인 샤르코마리투스 1A형 내년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의 세포치료제 기업 카세릭스와 공동연구하는 차세대 CAR-T 치료제는 내년 임상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유독 신약개발 성분보다 원천기술 가치를 더 낮게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우린 의약품부터 식물 종자개량까지 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툴젠은 크리스퍼 캐스9 세계 톱3이며, 글로벌에서 원천기술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유일무이한 토종 한국 바이오텍이다. 앞으로 유전자교정으로 꼭 치료해야 하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을 우선순위로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