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궂은일 하는 분들 위해… 건대 교수들 ''아름다운 기부''

유왕진·이철규·문종범 교수 매년 1000만원씩 1억원 약정
  • 등록 2010-05-19 오전 8:19:01

    수정 2010-05-19 오전 8:19:01

[조선일보 제공] "학생들이 밤새 어질러놓은 학과 방이나 연구실을 새벽같이 나와 청소하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빚진 마음이 있어 기금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궂은 일을 하는 수위·환경미화원·건물관리직들을 위해 '아름다운 기부'를 하는 대학교수들이 있다. 건국대 일반대학원 벤처전문기술학과 유왕진(49)·이철규(48)·문종범(39)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5월 15일이면 1000만원을 모아 '교내 관리직 사랑기금'에 기부하고 있다. 10년간 모두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을 했다. 3년째인 올해도 스승의 날이자 건국대 개교기념일인 지난 15일 1000만원을 전달했다.

유 교수는 "학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쓰는 교내 관리직 분들을 위해 교수들이 강연료나 저서 출판을 통한 인세, 각종 인센티브 수당 등을 모아 매년 1000만원씩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까지 모인 2000만원은 교내 관리직원들의 방한복을 구입해 나눠주고, 학내 청결을 위해 힘쓴 학생이나 직원에게 상금을 주는 '클린 캠퍼스 운동' 시상금으로 활용했다.

교수들의 '관리직 사랑'에 보답하는 청소 아줌마와 수위 아저씨도 적지 않다. 지난해 추석, 세 교수 연구실에 홍삼 건강음료가 한 박스씩 전달됐다. 이철규 교수는 "연구실을 잠깐 비운 사이 청소·수위직 분들이 음료수를 연구실에 놓고 갔다"며 "조용히 몰래 기부를 하려고 했는 데 그분들이 어떻게 알고 감사 표시를 했다"고 했다.

교수들은 "올 초 수도권 한 대학에서 청소 용역업체 소속 50~60대 아주머니들이 해고당한 뒤 한 아주머니가 음독자살을 기도했고, 지난 연말엔 서울 한 대학에서 청소 아주머니들이 사흘 동안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며 "대학이 나서서 차상위계층이 많은 용역 근로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2017년이면 1억원이 모이는데, 여건만 된다면 '교내관리직 사랑기금'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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