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 팔고 돈도 주고…개미 해외투자 유혹하는 증권사

한국투자證, 고가 해외주식 1000원 단위 매수 서비스
키움, 첫 거래자 40달러…실시간 시세 무료제공하기도
1년 만에 2배 커진 해외 수수료 시장…시장선점 사활
증권사 플랫폼 유입…ELS 등 추가상품 잠재고객 확보
  • 등록 2020-08-21 오전 12:40:00

    수정 2020-08-21 오전 12:40:00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애플·테슬라 등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주식 거래수수료는 증권사간 출혈경쟁으로 거의 제로에 수렴한 반면 해외주식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향후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잠재 고객층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 금융투자협회, 단위 = 억원)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소액으로도 해외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미니스탁’을 출시했다. 미니스탁은 1주 단위로 구매해야 하는 해외주식을 소수 여섯째 자리까지 매수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1878.53달러(약 223만원·19일 종가기준)에 달하는 테슬라 등 가격이 높은 해외주식을 1000원 단위로도 구매할 수 있다. 소액투자자의 접근성이 커지는 셈이다. 앞서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10월 출시한 해외주식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매수할 수 있게 했던 서비스를 확대한 셈이다.

키움증권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후 해외주식을 처음으로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40달러(약 4만7000원)를 지급하고, 해외주식 온라인 수수료도 0.1%로 낮추는 이벤트를 9월까지 진행한다. 또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매매실적이 있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주식 실시간 시세를 무료 제공한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는 지연 시세는 무료로 제공하나 실시간 시세는 유료 제공하고 있다. KB증권은 환전 수수료 없이 원화증거금으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글로벌원마켓’(Global One Market)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해외주식투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는 2224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756억원) 무려 194.07%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유가증권시장 수수료가 1조483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0.05%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해외주식 수수료 시장 성장세는 2배를 웃돈다. 해외주식 직구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0.1% 수준인 국내주식 수수료와 달리 해외주식 투자 수수료는 대부분 0.2% 수준인 점도 증권사들로서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해외주식의 경우 국내 증권사 중 대형·중형 증권사 일부만 하고 있기에 수수료 경쟁도 국내주식 수수료보다 상대적으로 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거래 수수료와 함께 환전 수수료도 챙길 수 있는 것도 증권사로서는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주식 거래 중개 시 해당 국가 중개회사에 별도 비용을 지불하는 등 소모비용이 발생하기에 수익률이 예상만큼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추가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가 아무리 늘어도 국내 주식 수수료 또는 IB 수수료보다 커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증권사 플랫폼에 들어오면서 펀드나 ELS 등 다른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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