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먼 길을 날아온 현대차그룹 관계들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왜 이렇게 시작을 안하는 거야?"라며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 참석자들은 느긋했다. 늘 있는 일이라는 듯 그들의 표정은 여유롭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현대차 러시아 공장 준공식이 이처럼 늦어진 이유는 뭘까. 바로 푸틴 러시아 총리 때문이었다. 당초 그가 준공식을 방문키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하지만 실제로 그가 준공식에 참석한 시간은 오후 2시40분. 1시간 40분이나 지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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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대차그룹 경영진들은 푸틴 총리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추석도 포기하고 러시아로 날아왔다.
그러나 러시아측에서는 "기다리라"는 답변 뿐이었다. 현지 관계자는 "워낙 VIP인사라 그의 일정은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며 "언제 출발했는지 언제 떠나는지 그들만이 안다"고 했다.
1시간 40분이 지난 후 참석자들이 모두들 지쳐갈때쯤. 장내에는 갑자기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토록 기다리던 푸틴 총리가 등장한 것.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웃으며 등장한 푸틴 총리는 홀로 단상에 올라 특유의 당당하고 강한 어법으로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높은 품질의 현대차가 이곳에 공장을 준공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 현대차는 의무감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가 다른 나라에 가지고 있는 공장들 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러시아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모두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성공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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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후 정몽구 회장과 인사를 나눈 푸틴 총리는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러시아 전략형 모델 '쏠라리스'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조수석에는 정몽구 회장이 탑승했다. 푸틴 총리는 '쏠라리스'를 몰고 공장 내부를 직접 빠르게 운전했다. 차에서 내린 푸틴 총리는 청중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1시간 40분이나 지각한 푸틴 총리. 비록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 그였지만 그가 현대차에 보여준 신뢰와 퍼포먼스는 그의 지각에 대한 불평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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