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지금 웃고 싶다면 '스카팽'을 찾으세요

프랑스 희곡 작가 몰리에르 대표작
지난해 호평 힘입어 1년 만에 재공연
초연보다 순도 높아진 웃음 선사
코로나19 시대 공연의 소중함 담기도
  • 등록 2020-10-20 오전 5:25:00

    수정 2020-10-20 오전 5:2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랜만에 다시 문을 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조용했던 이곳에서 요즘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립극단이 초연해 호평을 받았던 연극 ‘스카팽’이 지난 14일부터 다시 관객과 만나면서다.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스카팽’은 프랑스의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대표작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한다.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인 스카팽을 통해 상류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가면을 쓴 배우가 등장하고 노래, 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탈리아 희극 양식 ‘코메디라 델라르테’를 차용해 연극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신체극의 대가’로 불리는 임도완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임 연출은 프랑스 자크 르콕 국제연극마임학교 출신으로 움직임을 강조한 공연을 주로 선보여왔다. ‘스카팽’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마임과 움직임을 중요한 요소로 활용했다. 얼굴을 하얗게 분장해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배우들,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영화를 보는 듯한 몸개그, 여기에 김요찬 음악감독이 무대 위에서 직접 선보이는 다양한 효과음으로 지난해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다.

몰리에르가 극 중 캐릭터로 직접 등장해 자신의 유랑극단을 이끌며 ‘스카팽’을 공연한다는 설정 아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벌가인 아르강뜨와 제롱뜨가 자식들의 정략결혼을 약속하고 여행을 떠난 사이, 둘의 자식들이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제롱뜨의 하인이자 해결사를 자처하는 스카팽의 계략으로 얽히고설키는 인물들의 모습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재연은 캐스팅이 일부 바뀐 점을 제외하면 극의 내용이나 무대 구성에서 크게 변화는 없다. 대신 웃음의 순도가 초연보다 더 높아졌다. 배우들의 연기의 합이 한층 더 물이 오른 느낌이다. “도대체 군함에 왜 탔어!” “연결해” 등 중독성 강한 대사, “내 사랑, 내 친구, 너 없이는 못 살아, 왜 그런지는 난 몰라”라며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귀에 콕콕 박힌다.

무엇보다 이번 ‘스카팽’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뭉클한 감동도 함께 전한다.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지금, 한바탕 신나게 웃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를 다시 느끼게 해준다. “지난해 약속한 대로 1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몰리에르의 대사는 코로나19 시대에도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는 선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초연 멤버인 이중현(스카팽 역), 성원(몰리에르 역), 박경주(실베스트르 역), 이호철(옥따브 역)이 다시 출연한다. 문예주, 권은혜(이상 아르강뜨·네린느 역), 김명기(제롱뜨 역), 이유진(이아상뜨 역), 홍승균(레앙드르 역), 윤세인(제르비네뜨 역) 등이 새로 합류해 무대를 함께 꾸민다. 공연은 11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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