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장지수증권(ETN) 등 관련 상품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제조업 활동 재개가 기대될 뿐 아니라, 더위에 천연가스를 쓰는 에어컨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풍까지 북상한다는 소식에 생산시설 피해가 예상되며 천연가스 몸값은 더 뛰는 양상이다. 다만 높은 재고수준을 감안하면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신한 천연가스 선물 ETN(H)는 전 거래일 대비 3.17% 오른 3250에 장을 마쳤다. 올 초 이후 꾸준히 우하향했던 이 ETN은 이번주 들어 급등, 사흘 동안에만 17.75% 올랐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의 수익률은 더 눈부시다.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와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이날 각각 6.74%, 6.11% 올랐다. 사흘 동안으로 보면 총 35.92%, 35.18%의 수익률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보다 삼성증권의 ETN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달러 약세 상황에서 환노출을 한 탓이다.
이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미국 천연가스 선물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선물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7.32% 오르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상승의 이유로는 첫째로 9년래 최고치를 찍은 중국 차이신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언급된다. 상당수의 제조업 공장이 천연 가스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중국의 강한 경기 반등 신호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 북상하고 있는 태풍은 불을 붙였다. 통상 미국 남부 지역부터 북상하는 태풍은 텍사스뿐 아니라 걸프만 쪽에 타격을 가해 가스생산시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천연가스의 몸값이 뛴 이유다.
이상기후 현상 역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습한 더위로 인해 에어컨 수요가 늘면서 당장 천연가스의 몸값도 뛰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라니냐의 발생 가능성 역시 천연가스 몸값을 뒷받침한다. 라니냐가 심해질 경우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선 겨울에 추운 한파가 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난방에 쓰는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까닭이다.
다만 지금 천연가스 관련 종목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전성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니냐 발생위험이 주의단계로 올라가면서 올겨울 한파가 올 수도 있고, 태풍으로 천연가스시설이 파괴될 위험도 있지만 기후가 어떻게 될지는 기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2018~2019년에도 기상이변을 고려해 매수세가 붙었는데 금방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떠났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 연구원은 “중국 PMI지수가 잘 나와서 경기가 반등하리란 기대감도 있으나 여전히 지난해 3~10월 비축해놓은 천연가스 재고가 5년 평균의 최대치에 근접한 상황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기 쉽지 않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천연가스 상장지수상품(ETP)은 하루에 수십퍼센트 올라도 다음날 그 이상 빠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