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인식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논쟁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대기업이 사주지 않는 것”이라는 박 장관의 주장에 대해 “반도체 공정의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최 회장의 반박이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내 제품 생산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던 같다”라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는 순도 99.99999999%(텐 나인)의 불화수소 기술을 개발해 일찌감치 특허출원까지 마치고도 실용화에 이르지 못한 C&B산업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납품처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100억원 안팎의 투자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인허가 과정이나 화학공장에 대한 주민 반대 등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자금난과 불투명한 수요처, 환경규제 장벽 등 중소업체들이 처해 있는 공통의 고민이 그대로 압축돼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철폐 노력이 소홀하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대기업 탓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