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따른 국내 금융리스크 제한적…증시 외국인 수급은 우려"

유안타증권 보고서
  • 등록 2023-03-16 오전 7:53:29

    수정 2023-03-16 오전 7:53:29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 국내 은행에 대한 영향은 금융시장 변동성 속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 리스크보다는 외국인 수급 위축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6일 “미국의 고용이나 물가지표조차도 SVB에 묻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파산 원인이 부실자산이 아닌 투자 포지션 관리 실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단기 매도가능자산과 장기 만기보유자산을 합쳐도 전체 자산의 최대 30% 수준이다. 반면 SVB는 만기보유자산만으로 전체 자산의 40%를 초과한다. SVB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금융 업종과 금융 내 은행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전반에 하락 압력이 확산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시장의 우려가 단순히 미국 소형은행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강 연구원은 “결국 가파른 금리인상의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는 급변하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와 실질금리 중심으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위기나 글로벌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현황이 안정적이고, 미국 금융당국도 발빠르게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은 SVB 사태의 영향권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평이다. 강 연구원은 “SVB 사태로 인한 미국 금리의 불안이 미국주식시장으로 전이되고, 한국에는 외국인 수급을 통해 전달되는 경로로 판단된다”며 “국내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의 완만한 상승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CDS 프리미엄은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 이번 SVB 사태로 상승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급등한 이후 현재는 진정 중인 상황이다. 지난 15일 아시아 장중 달러 인덱스가 반등하기 시작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며 원화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한국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SVB 파산 사태와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이번 SVB 사태가 시스템 위기라기보다는 유동성 위기이고, 글로벌 문제라기보다 미국만의 문제라는 것이 확인되며 충격에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럽이 문제라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크레딧스위스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이미 주가는 미국 SVB나 SBNY(뉴욕 시그니처 은행)만큼 하락했다”며 “미국만의 위기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다. 부정적인 파장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코스피는 1.3%, 코스닥은 3.1%가량 반등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확대된 최근 이틀간 공통적으로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업종은 대체로 방어적이다. 아직 불안이 남았다는 평이다.

강 연구원은 “한국은 SVB 사태의 직접 영향권 밖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어적 성향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SVB 를 비롯한 금융 리스크 우려로부터의 회복은 다소 천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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