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현의 CarTalk]"옛날의 영광이여" 현대차 쏘나타‥판매부진 이유는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이어 3월 아산 공장 가동 중단
중산층의 패밀리 세단에서 애매한 이미지로의 전환 패착
7세대 아반떼, `국민차` 부활하며 2030세대 공략성공
스포티함 더했지만, 오히려 기존 이미지 해치기만
  • 등록 2021-03-13 오전 9:00:00

    수정 2021-03-13 오전 9:00:00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쏘나타.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민 자동차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현대자동차(005380) 쏘나타의 인기가 심상찮다. 판매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해 말 공장가동인 중단된 데 이어 지난 8일부터 5일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5일간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 1월 7일까지도 공장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곳으로 가동 중단 원인은 중형세단 쏘나타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쏘나타 판매량은 6만7440대로 전년 대비 32.6% 감소했다. 올해 역시 2월까지 누계 판매는 77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의 급격한 인기 추락의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 ‘송승현의 CarTalk(자동차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쏘나타의 부진 이유다.

현대자동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쏘나타, 부진 허덕이던 ‘국민차 부활’ 아반떼에 치여

8세대 쏘나타의 부진은 애매해진 포지셔닝이 주된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1985년 10월 출시된 쏘나타는 2세대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2세대 쏘나타는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치기 전까지 60만대 가까이 팔리며 ‘중산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3세대 쏘나타부터는 대중들에게 널릴 각인되며, 중산층의 차에서 국민 중형차 세단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쏘나타는 7세대까지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려오며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 자리를 지켜왔다. 이와 더불어 준중형 세단으로 국민차 자리를 누리다 빼앗긴 아반떼의 부침은 2030세대들의 수요까지 빼앗기며 쏘나타의 자리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2010~2012년까지 연 10만대 판매를 기록하던 아반떼는 6세대 아반떼 모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이후 6만대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준중형 세단은 아반떼와 기아자동차(000270)의 K3 외에는 전무한 상태라 고객들은 대안으로 돈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낮은 트림의 쏘나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 부진을 겪고 있는 8세대 쏘나타는 2019년 10만3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1.9% 증가했다. 출시 초기에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난해 3월 7세대 아반떼가 출시되면서 쏘나타의 판매는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쏘나타는 7세대 아반떼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 3월까지 총 1만8698대가 판매돼 나쁘지 추이를 보였지만, 4월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반떼는 지난 4월 8249대 판매를 기록하며 꾸준히 호성적을 기록한 반면, 쏘나타는 지난해 8월을 제외하고는 월 6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스포티함 강조 쏘나타 디자인, 중후한 패밀리 세단 원하던 고객 놓쳐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중산층의 상징이자 고급 세단의 포지션은 6세대 그랜저가 페이스리트 되면서 뺏기고 말았다. 그랜저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그릴과 헤드램프가 일체되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디자인을 적용한 전면부로 큰 호응을 끌어냈다. 그릴은 보석 모양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으로 꾸미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급감을 훌륭히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전장이 4990mm로 기존 모델보다 60mm 늘어났고, 휠베이스도 40mm 커지면서 대형 세단을 방불케하는 모습을 보였다. 웅장하면서도 고급감을 적절히 살린 그랜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2019년 12월 단숨에 1만3170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총 14만5463대가 판매되며 모든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에 등극했다.

반면 ‘스포티하고 섹시한 차’로 디자인된 8세대 쏘나타의 파격은 중후하면서도 고급세단을 원하지만 그랜저 사기에 부담스러웠던 4050 세대들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다. 쏘나타는 전통적으로 ‘중산층의 차’이자 합리적인 가격의 ‘패밀리 세단’이었다. 이들에게는 잘 빠졌으면서도 섹시한 디자인은 오히려 독이다. 기존 쏘나타를 구매하려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패밀리 트림 이상을 살 바에는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지불해 낮은 트림의 그랜저를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쏘나타는 스포티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존에 굳건했던 패밀리 세단 이미지에 발목 잡혀 애매한 포지셔닝을 갖추게 됐다. 즉, 스포티함을 원하는 2030세대에게는 합리적 가격을 갖춘 아반떼에 밀리고, 패밀리 세단이 필요한 4050세대에게는 웅장하면서도 고급감을 주는 그랜저에 밀리는 것이 쏘나타의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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