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협조적인 폭스바겐..재판 장기화
국내에선 현재 법무법인 바른이 대표로 5000여명의 소비자들을 모집해 진행하고 있는 폭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유로5 디젤)’과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서류 변조(유로6 디젤 및 가솔린 등)’ 관련 집단 소송이 가장 큰 건이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쉐 등을 더해 독일차 5개사가 배출가스 배출장치를 조작하고 서로 담합해 한국 소비자를 속이고 불법차량을 팔아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7명을 시작으로 2, 3차식으로 청구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아우디의 경우 1차에 2명으로 시작한 것이 5000여명까지 불어났기 때문에 이 역시 급속도로 청구인이 확대될 전망이다.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미국에서도 벤츠가 소송으로 담합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엔진오일 교환주기가 1만~1만5000㎞인데 인위적으로 요소수는 6000㎞만 주행할 수 있게 한 것도 명백한 조작”이라고 이번 소송의 근거를 밝혔다.
폭스바겐·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소송 1심은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며, 담함 소송은 이보다 더 늦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시민 44명이 폭스바겐의 국내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대기오염으로 질병 발생 두려움이 생겼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낸 증거만으로 아우디폭스바겐 차가 국내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거나 일반 차와 비교해 생명·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을 수입·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사장의 경우 지난 6월 독일로 출국한 이후 귀국을 거절하고 7월19일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타머 사장을 법정에 세울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재판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우디폭스바겐 차주 259명이 폭스바겐그룹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건도 있다. 또 일부 티구안 차주들은 환경부 리콜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았고, 내구성 검증이 부실한 상황에서 리콜을 승인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회사 측에서 제기한 소송도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관련 부당 표시·광고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표시광고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총 373억26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소송 마무리단계..독일선 배상금 지급 시작
우리나라에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7월 독일 BMW, 다임러,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를 담합 혐의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소프트웨어를 공급한 업체인 보쉬도 이번 소송의 피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연방지방법원의 숀 콕스 판사가 폭스바겐과 미 연방정부 간의 유죄인정 합의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그룹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미국에서만 3조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폭스바겐에 적용된 혐의는 사기와 사법 방해, 대기오염방지법 위반 등이다.
폭스바겐은 이 형사소송과는 별도로 차량 소유주 등과의 민사소송으로 170억달러(약 19조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도 소비자들의 단체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 측은 미국 53만명의 소비자들과 캐나다 소비자들에게는 보상을 했지만, 유럽의 900만명의 소비자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이에 유럽 소비자들도 들고 일어선 것이다.
영국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피해자 1만여명은 올 1월에 1인당 3000파운드를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청구했다. 손해배상 총액은 3000만파운드(약 440억원)에 이른다.
같은 달 독일에서도 폭스바겐 차량 소유 피해자 10만명을 모은 ‘마이 라이트’라는 소비자단체가 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 소비자들의 소송은 한국 소비자들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사기에 따른 계약취소’를 요구하며 “매매대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이후 독일 내에서 소비자들의 개별적 소송이 2000여건까지 확산하자 폭스바겐측은 지난 3월부터 황급히 배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소송에서 ‘패소 판결’ 선례를 남기면 수많은 소비자로부터의 소송에서 폭스바겐 측이 대거 패소할 수 있어 이를 피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