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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진화해 온 ‘굿즈(Goods) 마케팅’이 식품업계의 불패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정판으로 선착순 증정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밤샘 줄서기도 마다않는 소비자들이 생기면서 굿즈 마케팅에 동참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굿즈 판매로 수익성을 높이고 화제가 될 경우 홍보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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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1주년을 맞아 각종 한정판 상품을 선보였다. 이중에서도 초록색 장우산이 인기를 끌며 출시 당일 매진됐다. 우산을 사기 위해 매장 개장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섰음에도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가 나왔을 정도다.
이어 28일 판매를 시작한 ‘컬러체인징 리유저블 콜드컵’도 매진됐다. 차가운 음료를 담으면 색이 변하는 이 텀블러 역시 대부분 매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품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에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과 협업해 선보인 파우치와 여행용 목욕용품 역시 판매당일 전체 준비 수량의 90% 이상이 소진됐다.
앞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진행한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에서도 ‘서머 레디백’은 재고가 보충될 때마다 바로바로 소진돼 구매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굿즈 마케팅 ‘장인’으로 불리는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던킨, 할리스커피는 물론 하이트진로 등 커피업계부터 주류업계까지 식품업계 전반에서 한정판 굿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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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11번가에서 진행한 ‘요즘 쏘맥 굿즈전’도 매일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하이트진로는 판촉물로 ‘두방울잔’, ‘두꺼비 피규어’ 등 ‘진로이즈백’과 ‘테라’ 관련 상품을 선보인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판매요청을 받아왔다.
지난해엔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와 협업해 선보인 ‘참이슬백백’도 판매시작 5분 만에 준비 수량이 완판됐다. 참이슬백팩은 참이슬 팩소주 모양을 그대로 본 따 만든 가방으로, 가방 안엔 소주 전용 수납공간도 있다.
이처럼 굿즈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수요와 소비심리를 제대로 꿰뚫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스타벅스가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로 선례를 만들고 한정판 굿즈를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팬덤이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후발주자들이 생겼다”며 “다만 너무 과도한 이벤트는 리셀(전매) 등 지나치게 상업성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이벤트 시행 업체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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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을 예로 들면서 사은품 수령 조건을 충족해도 수량이 없어 사은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실태점검이나 불공정행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 하겠다”고 답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거나,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불공정행위인가, 아닌가는 보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판단이 서진 않지만 투명성에 있어선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수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이 있고, 만약 준비 수량이 너무 적었으면 증정품 자체가 미끼 상품으로 보일 측면이 있다.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괜한 기대를 갖고 커피만 마시는 등 압박감을 준 게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