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허리통증, 참을 만하다고요... "참 는게 능사는 아냐"

  • 등록 2020-02-19 오전 6:03:54

    수정 2020-02-19 오전 6:03:54

[홍영호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택배 업무를 하는 장 씨(42)는 평소 허리 부근에 뻐근한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크고 작은 물건들을 나르다 보니 생긴 직업병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내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어떤 날은 다리까지 통증이 이어졌다. 똑바로 누워 자면 허리가 아파 옆으로 돌아누워야 했다. 허리디스크인가 싶어 병원을 찾은 장 씨는 ‘척추전방전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홍영호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
척추전방전위증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척추 질환 중 디스크 다음으로 흔하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쪽 척추뼈가 아래쪽 척추뼈 보다 앞으로 나오면서 변형된 척추질환으로, 척추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지거나 척추 분리증이 악화되면 나타날 수 있다.

장 씨와 같이 척추분리증을 방치해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증상이 악화되어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데, 척추분리증은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그냥 참고 지내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척추분리증은 척추 사이 연결고리가 끊어져 척추 마디가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선척적으로 관절간의 결함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지만 장 씨와 같이 평소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등 허리 부위에 반복적인 압력과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생기는 피로골절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척추분리증은 자연치유가 어려워 통증을 참으며 증상을 방치할 경우 장 씨와 같이 척추전방전위증 등과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전방전위증의 증상으로는 엉치 쪽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바로 누우면 허리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오래 걸으면 허리 통증이 심해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걷게 되는데, 심한 경우 잘 때 돌아눕다가 깨기도 하고, 신경을 자극해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질환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는 경우 경막외 신경감압술 등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경막외 신경감압술은 꼬리뼈에 2mm 두께의 작은 관을 넣어 척추 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을 타고 올라가 염증 부위를 직접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효과가 없거나 신경이 심하게 눌려 시술이 어려운 경우라면 척추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척추뼈를 유합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진단과 치료다. 가벼운 허리 통증이라도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척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꾸준한 스트레칭과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이 좋고,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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