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목전,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자·'한 지붕 두 가족' 회사 개편 여부 관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대폭 물갈이도 관심 집중
  • 등록 2014-11-24 오전 8:05:48

    수정 2014-11-24 오전 8:56:52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내주 초 단행될 예정인 삼성그룹의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 삼성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성과주의’와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삼성그룹 인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대규모 실적악화를 기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도 부회장 승진자 없을 듯

2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삼성은 매년(2008년 특검 당시 제외) 1~2명의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

올해 역시 부회장 승진자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부회장 승진 사례를 분석하면 사장 승진 이후 평균 8년이 걸렸다. 가장 단기간에 부회장에 오른 인물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2004년 사장, 2010년 부회장)과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인 이기태 전 부회장(2001년 사장, 2007년 부회장) 등으로 사장 승진 6년 만에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현 부회장인 권오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7년),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8년),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9년) 등은 모두 7년 이상 걸렸다. 과거 삼성에서 부회장직을 지냈던 윤종용, 정연주, 이학수, 이윤우 씨 등도 모두 부회장까지 오르기에는 사장 승진 이후 8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2008년 이전에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들이 부회장 승진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지만, 당시에 사장으로 승진한 경영진은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 경영일선에 있는 사장급 가운데 사장 승진이 가장 오래된 인물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장원기 중국 삼성 사장 등으로 이들은 모두 2009년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올해 삼성그룹 전반의 실적이 나쁜 점도 부회장 승진자가 없을 것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회장 승진을 위해서는 탁월한 업무성과가 필요하지만 해당 조직의 임원 분포도 봐야 한다”며 “삼성그룹의 중심인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에 이미 부회장(최지성, 권오현)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부회장 직급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제공.
◇대대적 인사한파, 어디까지 영향 미칠까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대폭 악화하면서 일찌감치 대대적인 인사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인사 한파의 중심은 삼성전자다. 이 가운데에서도 정보기술(IT)·모바일(IM)부문이 인사 한파의 근원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약진 등 단발성 문제가 아닌 IM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로 평가받으면서 사장급을 포함한 IM 부문 임직원의 약 30%인 6000여명을 구조조정하거나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구조적으로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았던 전기·전자 계열사도 인사 한파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물량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구조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카드(029780) 등은 모두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연말 인사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금융 계열사들은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통해 체질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주주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사태에 대한 책임론도 나올 지 관심이다. 계열사 간 합병을 주도한 곳이 그룹 콘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5월 팀장급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6개월 여만에 미래전략실도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과거처럼 여성 인력의 대거 임원 승진과 고참급 임원들의 자리 보존 여부도 이번 인사에 주요 관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붕 두 가족’ 회사들 변화할까

지난해부터 진행된 삼성의 사업조정으로 현재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중인 계열사는 삼성물산(000830)(건설+상사), 삼성SDI(006400)(에너지·솔루션+소재), 제일모직(리조트·건설+패션) 등 세 곳이다.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합병이 무산돼 현재 상태로 유지될 예정이다.

이 회사들은 모두 각자 대표체제로 인사, 홍보, 기획 등 경영지원 업무도 이원화 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성격이 이질적인 곳을 제외하고는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일부 계열사는 단일 대표체제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간 합병이 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일부 계열사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총수일가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올해는 회장 승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부진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2010년 사장 승진 당시(루이비통 세계 최초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처럼 업적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하고 있는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009150) 부사장과의 이혼소송도 부회장 승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연말 인사에서 총수 일가의 관전 포인트는 등기임원 등재 여부다. 현재 이 부회장 3남매 가운데 이부진 사장만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상태다. 삼성SDS(018260) 상장으로 수 조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이 부회장 3남매의 역할 변화도 연말 인사에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삼성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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