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지역별 차별화 현상은 우리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값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전 국토의 땅값과 주택 가격이 들썩였지만 2000년 이후 오른 지역과 내리는 지역이 확연하게 갈렸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주택가격 문제는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었다. 부산·광주 등 지방의 경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락했다. 이는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작년 말 건교부 통계로, 지방의 주택보급률이 116%나 된다. 지역별 차별화 현상은 지역의 주택 수요와 공급, 지역 경기에 따라 발생했다. 다른 지방의 집값이 대부분 정체 상태를 보일 때도 창원·울산처럼 경기가 좋았던 지역은 강세를 보였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에도 ‘부동산은 로케이션(입지·location),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 집값 하락률이 가장 높은 디트로이트에서는 주택가격이 자동차 가격만도 못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지역 경제 침체로 실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다. 그래서 주택 재테크는 가격이 덜 떨어질 지역의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었을 정도였다.
미국에서는 수퍼스타 시티(superstar city)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건축규제나 개발할 토지의 부족으로 주택공급이 제한된 반면 교통·교육 등의 여러 이유로 해서 수요가 많은 지역의 집값이 더 많이 오른다는 이론이다. 개인에겐 전체적인 주택가격의 동향보다 지역별 수요와 공급, 개발 호재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의 각종 세금 중과세 정책으로 주택 거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주택은 사기도, 팔기도 쉽지 않은 상품인 만큼 신중한 투자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