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작년 11월까지는 연탄 330만 장 정도가 기부됐는데, 올해 같은 기간엔 160만 장 정도뿐이에요.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까 이해는 되는데 그저 안타깝죠.”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 한파 속 추위마저 본격화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을 때는 전체 가구(7만 4167명)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가구(6만 3991명)가 86%로 가장 많아 연탄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 허기복(67)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시작하기 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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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복(67)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연탄 지원을 하는 조력자다. 그는 2002년 12월 연탄은행을 설립한 후 대표를 맡으며, 전국 17개 시도·31개 지역에서 연탄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인·기업 등의 후원을 받아 구매한 연탄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나눠주는 활동을 21년째 하고 있다.
허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개미마을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발생 전에는 연탄 490만 장까지 기부가 들어왔고, 지난해엔 402만 6000장이 들어 왔다”며 “올해는 (작년만큼 연탄을 받기가) 힘들 것이라고 보고 기부 연탄 목표를 300만 장으로 잡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에 직접 찾아가 부탁도 해봤지만, 높은 인건비와 오른 원자재 가격에 (기부활동 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끝을 흐렸다.
1998년 밥상공동체를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밥을 제공하던 허 대표가 연탄에 눈 돌리게 된 계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0원 하던 연탄 한 장이 없어서 일주일 째 냉방에서 지내는 할머니를 목격한 뒤 그는 연탄 지원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연탄은행으로 이름을 지은 것은 은행이 돈을 받아 이자를 불려 나눠주는 것처럼, 연탄을 후원받아 나눠 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처음엔 연탄 1000장을 나눠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며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수레에 실어 나눠줬다”고 회상했다.
연탄은행은 매년 주제를 정해 연탄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주제는 ‘연탄이 밥이 되다’이다. 연탄을 밥에 비유한 이유로 허 대표는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시대라지만, 밥이라는 것은 매일 먹어야 할 만큼 소중한 존재”라면서 “연탄도 매일 갈아야 하는 데다, 겨울철 생활에 있어 기초적으로 밥만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이 가난을 상징하지만 따뜻하고 흐뭇하게 느껴지는 대상”이라면서 “연탄이 말은 못하지만 스스로 태우면서 남을 따뜻하게 하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장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연탄을 기름보일러로 교체해 주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이 취약계층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기름보일러가 연탄과 비교하면 보기도 좋고 냄새도 안 나지만, 기름보일러로 한 달을 나려면 1.5드럼이 필요한데 가격이 약 50만원에 달한다”며 “연탄은 한 달 나는데 150장 정도 월 12만 5000원이 들어가는데, 차이만 해도 4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탄 때는 분들 평균 소득이 35만원이고, 전기세 5~7만원에 월세를 내고 나면 기름값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면서 “기름보일러로 바꿨는데 더 춥게 지내는 분들이 많은 만큼,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허 대표는 후원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2002년 당시 연탄 가격 한 장이 300원이었는데, 지금까지 자동이체를 통해 300원씩 기부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300원이 작아 보여도 그런 마음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개인들에게 후원을 받다가 언론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기업들이 앞다퉈 끝 전을 모아 후원하겠다고 했을 때도 고마웠다”며 “욕심 같아선 누군가가 10만 장씩 후원해주길 바라지만, 연탄 한 장 가격인 850원을 후원해주는 것으로도 참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