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CEO리스크 검사방안` 내달중 확정

"이사회, 감사위, 리스크관리위 역할 중점 검사"
"후계자 양성 프로세스, 경영평가에 반영 검토"
  • 등록 2011-01-30 오전 10:30:00

    수정 2011-01-30 오후 6:18:4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방지를 위한 검사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CEO 한 사람이 모든 주요 현안을 사실상 혼자 결정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대지 않고는 금융회사 CEO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CEO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금감원이 마련하고 있는 검사방안의 핵심은 CEO의 견제 장치인 이사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금융회사 내 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또 CEO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30일 "황영기 사태, 신한 사태 등 국내 금융회사에서 `CEO 리스크`가 노출된 점이 많았다"며 "다음달말까지 검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 주주들을 대신해 경영하는 회장들이 주주의 의사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른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나타나고 있어 이를 대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KB금융지주를 제외한 우리, 신한,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의 CEO들 임기가 오는 3월 끝날 예정이어서 당국이 마련할 `CEO 리스크 검사방안`의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황영기 사태, 신한 사태.."CEO 한 명이 회사 가치 크게 훼손" 금융권에서는 이미 CEO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상태다. 지난 2009년 황영기 KB금융지주 전 회장의 `직무정지`, 지난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의 중징계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기 때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당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했다 손실을 끼쳐 지난 2009년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고 주가 폭락으로 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끼쳐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도 차명계좌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업무집행 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CEO를 둘러싼 이같은 일련의 사건은 금융회사가 아무리 튼튼한 영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CEO는 월간 단위로 금융회사의 실적을 살펴본 뒤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줘야 한다"며 "신한지주 경영진들 사이에 `권력투쟁`으로 비치는 일들이 일어날 당시 주가가 많이 내렸고 사태가 장기화했다면 주가 회복도 늦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도대체 이사회, 감사 뭐하고 있나?   `CEO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금감원이 마련하고 있는 검사방안의 핵심은 CEO의 견제 장치인 이사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금융회사 내 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금융회사들에서는 이사회 등 CEO 견제 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CEO 리스크 검사방안`의 핵심은 이사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금융회사 내 CEO 견제 기구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CEO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CEO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리스크 지배구조를 좀 더 강화하고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EO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감독당국, 사법당국의 징계로 CEO가 물러나게 됐을 때 차기 CEO에 의한 발 빠른 회사 정상화가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평소에 CEO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만드는 문제도 함께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씨티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들이 마련해 놓은 것처럼 이사회 밑에 후계자 양성 기구를 두고 차기 CEO를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금융회사의 경영실태평가(CAMELS)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영 승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며 "이사회가 경영 승계 계획의 논의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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