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김영섭 부경대 총장 “방사선에 특화된 공공의대 신설”

“입학정원 40명 규모…2022년 목표로 방사선 의대 신설”
“지방의대 졸업 후 10년간 해당지역서 의무복무 법제화”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학 간 경쟁 교육컨텐츠서 판가름”
“대학구조개혁…정부는 부실대학 퇴출하는 역할만 해야”
  • 등록 2020-07-22 오전 5:11:00

    수정 2020-07-22 오전 5:11: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입학정원 40명 규모의 공공 의과대학을 설립, 방사선 의과학 연구에 기여하겠습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2년을 목표로 방사선에 특화된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단지와 연계, 지역 혁신을 모색하겠다는 것.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2022년을 목표로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사진=부경대학교)


김 총장은 “기장군 의과학단지에는 10년 전 설립된 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해 중입자 가속기, 중입자 치료센터,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기반 등이 들어서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대가 없다”며 “입학정원 40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만들어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기술·치료법을 수출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에 공공의대가 신설되면 졸업 후 10년 정도는 지역에서 의무 복무토록 법제화해야 한다”며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 중인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지방 의료인력 부족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김영섭 총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변화에 관심이 높은데 고등교육분야에서의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대학 교육도 온라인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논의가 초기단계를 벗어나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된다면 앞으로는 교육 컨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은 지적 능력을 토대로 독창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해진다.

-학령인구 감소로 4년 뒤인 2024년에는 12만명의 대학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우려되는데.

△지금까지는 정부가 나서 평가를 통해 대학정원을 줄이는 의사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워낙 가파르기에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으로는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 앞으로 정부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실·비리대학을 퇴출시키는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학부교육 중심 대학, 연구중심 대학,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 등 다양한 대학발전 모델이 나올 수 있다. 대학의 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은 해당 지역에서 다원적 가치를 갖는다. 대학의 존재 자체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지역의 인문·실용교육 등을 담당하는 문화중심체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립대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 기업에 취업한 뒤 정착하고 싶어 한다. 과거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지역에 정착한 사람과 수도권으로 올라간 사람과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이러한 부의 차이, 문화 환경적 차이가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물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나 지역 채용 할당제가 이런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면 정부 출연 연기기관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지금은 정부출연연이 대부분 대전에 집중돼 있는데 이에 대한 분원을 만들어 지방 곳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인력이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지역에 남아 연구경력을 쌓고 대학교수로도 진입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립대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국립대 무상교육의 장점은 사회 양극화 해소라고 생각한다. 국립대 입학생 중에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중하위권에 속하는 계층이 많다. 국립대 무상교육이 실현되면 이러한 계층의 학비부담을 덜어주고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토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신입생 유치 수단으로 무상교육 도입이 논의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국립대 무상교육을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부경대도 2022년을 목표로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의사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나라는 임상의사는 많지만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는 부족하다. 부경대는 정원 40명 규모의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갖고 있다.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여기에 동의한다. 지방에 공공의대가 신설되면 졸업 후 10년 정도는 지역에서 의무 복무토록 법제화해야 한다. 부경대 기장캠퍼스 인근에는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부경대는 이곳과 연계된 방사선 특성화 의대를 신설할 계획이다. 방사선 의과학단지에는 10년 전 설립된 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해 중입자 가속기, 중입자 치료센터,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기반 등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의대가 없는 상태다. 특히 국내 암환자 중 25%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데 방사선에 특화된 의대를 만들어 관련 치료법·치료기술을 개도국에 수출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

-부경대는 1924년 개교한 부산공업대와 1941년 설립된 부산수산대가 1996년 통합한 대학인데 설립목적이 다른 대학이 통합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90년 이후 지금까지 국립대 15곳이 통폐합됐는데 그 중 부작용 없이 운영되는 곳은 부경대가 유일하다. 통합 국립대 중에선 어느 한 쪽이 공동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도시의 대학과 소도시의 대학 간 통합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부경대는 수산대가 위치한 대연캠퍼스와 공대가 있던 용당캠퍼스 간 거리가 3km 이내로 상당히 가까웠다. 원거리 간 통합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특히 양 대학 간 중복·유사 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화학적 통합이 가능했다. 중복·유사 학과 간 통폐합과정에서 나타나기 쉬운 내부 갈등이 없었다는 뜻이다.

-9월 1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끝으로 마무리해야 할 일은.

△대학에는 ‘코칭형 총장’이 필요할 때가 많다. 대학 총장이 정부 정책이나 타 대학 사례를 많이 알아야 대학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 남은 임기는 신임 총장에게 전달할 자료를 정리하는 데 할애할 생각이다. 후임자가 업무파악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부경대를 이끄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겠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사진=부경대학교)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1955년 경남 창원 출생 △마산고 졸업 △부경대 어업학과 졸업 △동 대학원 수산물리학과 석사 △일본 도쿄대 대학원 지구물리학과 박사 △부경대 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대학원격탐사학회 회장 △세계해양포럼 조직위원회 운영이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국제해양기관연맹 의장 △부산시 공직자윤리위 위원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제5·6대 부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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